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침략당한 우크라이나는 협상에서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원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생명과 영토를 빼앗은 푸틴이 평화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국제사회의 기본 질서를 무너뜨렸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영토 확대 목적의 침략 전쟁 금지’라는 유엔 헌장을 어겼다. 핵 국가가 비핵 국가를 침략하며 핵 위협을 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겨냥한 미사일 공격을 전쟁 전략으로 사용했다. 크림 반도 강제 합병이나 조지아 침공 때도 말로만 평화를 내세웠을 뿐 조폭이나 다름 없는 행태를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의 말을 신뢰한다”며 러시아 손을 들어줬다. 우크라이나 영토 회복과 나토 가입은 배제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에 희토류 50%를 달라고 했다. 세계 질서를 지켜온 미국이 다른 나라의 불행을 이용해 이권을 챙기고 있다. 트럼프는 가자지구, 그린란드, 파나마, 캐나다에도 조폭식 위협을 하고 있다. 자유·정의·동맹은 퇴색하고 돈과 눈앞의 이익만 난무하는 정글식 국제 질서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식 외교에는 일관된 흐름이 있다. 어느 국가가 국제 규범을 위반해 문제를 일으키면 침략국의 목적을 들어주는 협상으로 평화를 이룩했다고 선전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덮는 것일 뿐이다. 결국 문제가 다시 터지게 돼 있다. 우리는 트럼프·김정은의 북핵 쇼에서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이런 국제 정세에 대응하려면 스스로를 지킬 경제·안보 역량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우크라이나는 넓고 비옥한 국토와 부존자원에도 불구하고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추지 못한 채 내분만 거듭했다. 4000만명이 넘는 인구인데도 해외 도주와 입대 기피로 상시적 병력 부족에 시달렸다. 이런 나라는 자신을 지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