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한 탈북 어민들을 강제 북송한 혐의로 기소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정원장,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징역 6~10개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유죄는 인정되지만 2년간 형의 선고를 미뤄 실제 처벌을 면하게 해준 것이다. 이들은 2019년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한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는데도 강제로 북에 송환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판결문 내용대로 이들을 국내에서 사법 처리하려면 여러 법적 미비에 따른 논란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이 어민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은 우리 헌법의 기본 원칙이다. 재판부는 “(문재인 정부가) 적법 절차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짧은 기간에 북송 결정과 집행을 마무리해 북 어민들이 대한민국에서 살 자유와 권리를 침해했다”고 했다. 또 북 어민들이 귀순 의사를 수차례 밝혔는데도 흉악범이라는 이유로 재판도 없이 북송한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고 강제 북송이란 위험한 발상을 실천에 옮긴 사람들이 반성을 하지 않고 마치 무죄를 받은 듯 큰소리를 쳤다. 이들은 판결 직후 “정책적 판단을 이념적 잣대로 접근해 사법으로 재단하려는 잘못된 관행이 더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모든 정책을 이념적 잣대로 접근하다 정권을 잃은 게 이 사람들이다.
이들이 어민들을 즉각 강제 북송해 처형되게 만든 이유도 이념적인 것이었다. 북송한다는 전통문을 북에 보낸 직후 김정은에게 정상회담 초청 친서를 보낸 것이다. 어민들을 남북 정상회담 대가로 넘긴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안대를 쓰고 포승에 묶인 채 군사분계선을 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던 어민들을 생각하면 1996년 페스카마호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조선족 선원들이 동료 11명을 잔혹하게 살해했는데 당시 문재인씨는 “가해자도 품어줘야 한다”고 했다. 같은 문제인데 품어줘야 하는 것은 무엇이고, 처형당하게 만든 것은 무엇인가. 양심 없는 위선자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