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미국·일본처럼 건물 용적률을 사고팔 수 있게 하는 ‘용적 이양제’를 올 하반기 중 도입하기로 했다. 고도 제한 등 규제 때문에 법이 정한 용적률만큼 건물을 높이 올리지 못한 경우 못 쓴 그 용적률을 다른 재개발·재건축 단지에 팔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법정 용적률을 못 채운 건물주는 규제로 인한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고, 추가 용적률을 받는 지역은 그만큼 더 높이 지을 수 있어 고밀도 개발이 가능해진다.
뉴욕·도쿄 등은 이 제도를 활용해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바꿨다. 뉴욕의 랜드마크인 원 밴더빌트 빌딩이 대표적이다. 일본도 도쿄역 근처 6개 빌딩과 도쿄역이 용적률 매매로 고층화와 역사(驛舍) 복원을 동시에 이뤘다.
도시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글로벌 대도시들은 낡고 비효율적인 도심을 업그레이드해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있다. 특히 도쿄는 지난 2002년 ‘도시재생특별조치법’을 만든 이후 발 빠른 규제 혁파를 통해 도심 곳곳을 특구로 정하고 인프라 일체형 개발을 추진함으로써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도시 경쟁력 평가인 ‘글로벌 파워시티 인덱스’에서 지난 10년 새 도쿄는 4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서울은 낡은 규제에 묶여 도시 경쟁에서 갈수록 뒤처지고 있다. 사대문 안 상업 지역 용적률은 800%, 신축 건물 높이는 90m로 제한되는 등 온갖 규제가 첩첩산중으로 가로막고 있다. 문화재 100m 이내 건물은 담장에서 27도로 그은 사선 높이를 넘을 수 없다는 ‘문화재 앙각(仰角)’ 규제라는 것까지 있다. 박원순 시장이 이런 규제를 이용해 도시 개발을 막아왔다. 이래선 글로벌 도시 경쟁에서 이길 도리가 없다.
가용 부지가 부족한 서울이 성장하기 위해선 수직 개발을 통해 기존 토지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 용적률·고도 상한이나 용도 제한, 환경·교통영향평가를 비롯한 20여 개의 심의 제도 등 비효율적 규제를 과감히 풀어 도심을 고밀도 복합 개발해야 집값도 잡고 도시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