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을 앞두고 이번 주말 10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린다고 한다. 경찰이 헌재 주변에 비상 경계령을 내리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지만 물리적 충돌로 인해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탄핵 심판 결과가 내 생각과 다르면 수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42%에 달했다. 국민 절반 가까이가 사법부에 승복할 수 없다고 한 것으로 놀랍고 충격적인 일이다. 서울 서부지법 난입과 같은 유혈·폭력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상태에선 탄핵이 인용돼도 대선이 정상적으로 치러질지 우려된다. 탄핵이 기각된다 해도 국정 운영 자체가 힘들 수 있다. 정치적 내전 상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적 위기를 막으려면 여야 지도자들이 헌재 결정 승복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국민 통합과 갈등 해소에 나서야 한다. 먼저 솔선해야 할 사람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다. 윤 대통령을 탄핵 소추한 당사자가 민주당과 이 대표이기 때문이다. 헌재에 탄핵 소추해 놓고 그 결정을 따르지 않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또 민주당은 국회를 장악한 절대 다수당이고 이 대표는 그 당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현 정치 상황에 대한 책임이 누구보다 크다. 그 책임의 핵심이 헌재 결정 승복이다. 이 대표는 탄핵 인용 시 차기 대통령 선거 후보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렇다면 당략과 정략을 떠나 국가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헌재 결정 승복 선언이 그 시작이다.
이 대표는 최근 유튜브에 나와 “헌법 질서에 따른 결정에 당연히 승복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나가듯 한 말이다.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적이고 명확하게 “승복”을 밝혀 공식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민주당과 이 대표는 승복과는 거리가 먼 행태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고 삭발·단식·농성·행진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헌재에 “대통령을 파면하라”고 압박했다. 불복을 부추기고 예고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도 당연히 “승복”을 공식 선언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헌재 최후 진술이나 구속 취소 석방 때 ‘지지층에 감사하다’고 했을 뿐 승복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승복하겠다”고 했지만 의원 상당수는 탄핵 반대 집회에 나가 헌재를 압박하고 있다. 모두가 “승복”을 공식 선언해 불복으로 인한 국가적 위기를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