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거리에서 지지층을 결집하며 대립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헌재가 탄핵 심판 선고일을 지정하게 되면 탄핵 찬성과 반대 측은 헌법재판소 주변에 경쟁적으로 집결하고, 그만큼 충돌 위험도 커질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분열과 갈등을 낮추기는커녕 반대로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17일에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광화문까지 대통령 파면 촉구를 요구하는 도보 행진을 했다. 민주당은 헌재가 윤 대통령에 대한 파면 선고를 할 때까지 도보 행진을 계속하기로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헌재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은 정치인으로 당연하다”고 했지만,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승복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유튜브에서 지나가는 말로 “헌법 질서에 따른 결정에 당연히 승복할 것”이라고 했을 뿐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16일 “당의 공식 입장은 헌재의 판단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탄핵이 기각될 경우 민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선동도 있는데, 민주당은 한시라도 빨리 헌재 결정에 승복할 것임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승복 입장을 밝힌 국힘 지도부와 달리 국민의힘 의원의 절반은 헌재 앞에서 탄핵 기각이나 각하를 요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했다. 이러니 민주당에 대한 승복 요구가 통할 리 없다. 오히려 여야 의원들은 “국민 저항권” “제2의 5·18” 같은 발언으로 불복을 조장하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일 석방 이후 여론전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침묵하며 자중하고 있다. 계엄 선포 이후 방송과 법정에서 자신이 직접 목소리를 내온 것과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육성이나 서면을 통한 승복 메시지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석동현 변호사가 지난달 19일 “헌법재판소 결과에 대통령이 당연히 승복할 것”이라고 했지만, 최근 대리인단은 윤 대통령 승복 메시지 여부에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여야 정치인들은 지금 탄핵이라는 국면에서 자신들의 지지층을 자극하거나 결집하는 발언으로 정치적 이권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양측 지지층을 자제시키고 충돌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직접 지지층에 자제를 요청하며 분명하고 단호한 ‘승복’ 메시지를 내는 수밖에 없다. 그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