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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한·중 잠정조치수역에 해당하는 산둥성 칭다오 항만 인근 해상에 중국이 설치한 대형 철골 구조물 ‘셴란 2호’. 직경 70m, 높이 71m로 실시간 해상 이동이 가능하도록 제작됐다. 한국 정보 당국은 작년 4~5월 중국이 이 지역에 구조물 2기를 설치한 것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이 구조물이 양식장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외형이 석유 시추 구조물과 유사해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향후 이 구조물을 근거로 서해에서 영유권을 주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신화 연합뉴스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대형 철골 구조물을 무단 설치하고, 이를 점검하려던 우리 해양조사선을 위협한 사실이 공개된 지 닷새가 지났다. 우리의 해양 주권을 위협하는 위험한 도발이지만, 국회 제1당인 민주당은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달 26일 발생해 양국 해경의 대치로 이어졌던 이 사건은 외교부가 18일 주한 중국 대사관 당국자를 불러 항의하면서 공식 확인됐다. 국민의힘은 이튿날 논평을 내고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지만, 민주당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해양 경계가 획정되지 않은 서해에 중국이 대형 구조물을 설치한 것은 매우 심각하게 봐야 할 일이다. 분쟁 수역에 인공 구조물을 설치한 뒤, 무력으로 상대국 접근을 막아 자국 영해처럼 만드는 것이 중국의 수법이다. 필리핀·베트남과 영유권 분쟁이 있는 남중국해에는 인공섬 3곳을 군사 요새처럼 만들어 놓았고, 일본과 분쟁이 있는 동중국해에는 천연가스 시추 구조물을 10여 개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는 한중이 공동 관리하는 서해 잠정조치수역에서도 비슷한 일을 시작한 것이다.

우리 주권과 영토에 직접 위협이 되는 일이 발생했으면, 모든 정당이 한목소리로 항의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마음만 먹으면 무슨 법이든 통과시킬 수 있는 ‘절대다수당’ 민주당은 규탄 성명 하나 내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3월 “대만해협이 어떻게 되든 우리가 뭔 상관 있나”라며 “그냥 (중국에도) ‘셰셰’,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된다”고 했다. 아무리 한중 관계가 중요해도 우리 바다인 서해 문제를 이런 식으로 유야무야 넘길 수는 없다.

얼마 전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 국가’로 지정한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진상이 확인되기도 전에 ‘자체 핵무장론’부터 탓했다. 북한의 핵 위협에서 우리를 지키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데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던 정당이 중국의 서해 위협에는 아무 말 없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알 수 없다. 민주당은 미국에 민감 국가 지정 철회를 촉구하기 위한 국회 결의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같은 기준이라면 중국에 구조물 철거를 촉구하는 결의안도 추진해야 하지 않나.

오는 26일은 천안함 폭침 15주기, 28일은 제10회 ‘서해 수호의 날’이다. 그에 앞서 민주당이 중국의 일방적인 구조물 설치에 항의하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서해 수호의 의지를 보여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