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조기 대선과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제안을 두고 여야의 대선 주자들이 자신의 입장과 계획을 밝히고 있다. 대선 주자들은 권력을 분산하고 협치를 제도화하기 위한 개헌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반면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7일 대선과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하자는 우 의장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이 대표는 “개헌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면서 “국민의힘이 개헌으로 적당히 넘어가려는 생각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3년 전 대선 때 4년 중임제 개헌과 이를 위한 임기 1년 단축을 약속하며 개헌에 적극적이던 모습과 달라졌다.
다만 이 대표는 사전 투표가 허용되지 않는 현행 국민투표법을 개정한 뒤 헌법 전문에 5·18을 수록하는 정도의 개헌은 할 수 있다고 했다. 자기 진영이 동의하는 개헌과 국민투표법 개정만 하자는 것인데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걷어내자는 당초 취지와는 동떨어진 제안이다. 이 대표는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 개헌은 대선 이후에 하자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호헌(護憲) 세력으로 규정하며 “대통령이 된 뒤 제왕적 권력을 다 휘둘러 보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대표와 달리 민주당 비명계는 개헌에 적극적이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대선 때 합의 가능한 개헌부터 하자”고 했고, 김두관 전 의원은 개헌을 위해 임기 2년 단축을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를 거치며 보수·진보 상관없이 대부분 개헌에 동의하고 있다. 유일하게 이 대표와 친명계만 반대하고 있다. 역대 개헌 논의를 보면 유력한 대선 주자들은 “개헌은 대선 이후에 논의하겠다”고 한 뒤, 당선되고 나면 자기 임기 중 개헌에 반대해왔다. 이 대표가 눈앞에 다가온 선거 승리에 개헌론이 장애물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고려를 하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기우라고 할 수밖에 없다. 상당수 국민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개헌에 동의하는 것이 왜 대선 경쟁에 방해가 되겠나.
국민 60%가 개헌에 찬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선 후보들의 개헌에 대한 입장은 이번 대선에서 지지 후보를 선택하는 중요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대표를 포함한 모든 대선 주자들은 개헌의 방향과 추진 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혀 유권자들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