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회가 지방 거점 국립대와 공동 학위제 운영을 포함한 교육 개혁안을 발표했다. 중·고교를 6년제로 통합하는 방안, 수험생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능을 1년에 3~4차례 실시하는 내용도 담겼다. 공동 학위제 활성화는 지방 거점 국립대가 서울대와 지도 교수, 전공 수업 등을 공유하며 학생들이 ‘공동 졸업장’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해 당사자 중 한쪽인 서울대 교수들이 먼저 공동 학위제를 제안한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지난해 경상국립대는 서울대와 우주항공 분야에서 공동 학위제를 추진했지만 성사시키지 못했다. 서울대 학생들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한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공정성 문제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병적인 대학 서열화, 이로 인한 사교육 지옥, 수도권 집중 현상, 지역 양극화, 급속한 지방 몰락, 서울 집값 폭등, 이 모든 것이 합쳐져 나타난 저출생 현상 등에 비하면 작은 문제다. 공동 학위제는 서울대 학생들을 설득하고 제도를 보완해 성사시켜야 할 과제다.
우선 경상대의 우주항공, 경북대의 전자공학이나 IT, 부산대의 바이오 분야와 같이 지방 국립대가 강점을 가진 분야부터 공동 지도 교수제, 연구 인프라 공동 활용 등 공동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해 공동 학위제로 나아가면 부작용도 줄어들 것이다. 다른 대학에 비해 압도적인 국민 세금 지원을 받는 서울대가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진 교육·연구 인프라를 다른 대학 학생들에게도 개방하고 공유하는 것은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서울대와 공동 학위제를 활성화하면 학생 수 감소 등 위기를 겪는 지방대에 수업의 질 향상은 물론 학생 취업 등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이다. 지금 우리 교육 제도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악화돼 있다. 대학의 세계 경쟁력은 현저하게 떨어지는 가운데 도토리 키 재기 같은 국내 대학 서열화는 굳건하기만 하다. 이런 문제를 개혁하는 첫 단계라 할 수 있는 서울대와 공동 학위제는 꼭 결실을 보았으면 한다. 서울대 구성원들의 결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