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1차 경선 토론회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대선 경선 후보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유정복 인천시장, 안철수 의원, 이철우 경북지사, 나경원 의원. 뒷줄 왼쪽부터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양향자 전 의원, 홍준표 전 대구시장, 한동훈 전 대표. /뉴스1

20일 열린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1차 토론회에서 수준 이하 공방들이 오갔다. 홍준표 후보는 한동훈 후보에게 청년들이 물어보라고 했다면서 “키 높이 구두를 신느냐”고 물었고, 한 후보는 “그런 질문 하는 것 보니 청년이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홍 후보는 “생머리냐, 보정 속옷을 입느냐는 질문은 유치해서 안 하겠다”고 했고, 한 후보는 “유치하다”고 답했다. 한 후보 측에서 “B급 정치”라고 하자, 홍 후보는 “이미지 정치 말라는 것을 돌려서 이야기한 것”이라고 했다. 한 후보 측은 “눈썹 문신 1호 정치인이 이미지 정치를 비판할 자격이 있냐”고 했다. 나경원 후보는 안철수 후보에게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라고 했고, 안 후보는 “몰염치의 끝”이라고 했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국힘 소속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때문에 실시된다.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선거에선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정당은 후보를 내지 않는 방식으로 유권자에게 사과하거나 변화의 의지를 밝힌다. 대선도 그렇게 하라고 할 수는 없지만 국힘은 계엄과 대통령 파면으로 생긴 국정 혼란에 대해 사과하고, 어떻게 보수 정당을 재건할 것인지 비전을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국민은 이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다시 신임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국힘 경선은 이런 기대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탄핵 찬성과 반대편으로 갈려 싸우는 것도 모자라, 유력 후보들 간에는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자신들이 무엇을 하겠다는 이야기는 뒤로 밀리고, 민주당 이재명 후보 비판으로 날이 새고 있다. 국힘 후보 전체 지지율을 합쳐도 이재명 후보 1명에게 크게 못 미치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 와중에 ‘윤석열 신당’ 소동까지 벌어졌다.

국힘은 곧 대선 후보를 선출한다. 그러나 키 높이 구두 같은 어이없는 상황이 계속되면 후보가 누가 되든 국힘은 국민 관심에서 멀어지게 될 것이다. 국힘 지도부는 이 후보가 독주하는 민주당 경선을 두고 “싹쓸이 독주” “일당 독재”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후보 독주의 일등 공신은 다름 아닌 윤 전 대통령과 국힘 자신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