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일 성장과 통합 상임공동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성장과 통합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뉴스1

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의 싱크탱크인 ‘성장과 통합’이 출범 일주일 만에 사실상 해산됐다. 이 모임의 기획운영위원장은 ‘해체 결정’을 공개하며 “일부 인사가 차기 정부의 특정 자리에 이름이 거론되면서 사전 선거운동 시비를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모임에 공식적으로 참여한 인사만 600명이 넘고 비공식으론 수천 명일 것이라고 한다. 이들 상당수가 교수로 ‘폴리페서’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지지율 선두인 이 후보 주변에 일찌감치 모여들더니 벌써 ‘특정 자리’ 경쟁까지 벌인 모양이다.

폴리페서가 어제오늘의 폐단은 아니다. 2017년 문재인 캠프에 줄을 섰던 교수들만 1000명이었다고 한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으로 문 후보 당선 가능성이 커지자 몰려든 것이다. 이번엔 더하다. 이 후보 언저리에 명함이라도 전달하려는 교수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름을 알리려고 자기 생각을 대선 공약인 양 선전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성장과 통합’ 측은 해체 이유로 “(일부 인사 활동이) 민주당 선대본 활동과 관련해 혼란을 줄 우려가 있다”고 했다.

외국에도 정부에 참여하는 교수들이 있다. 그런데 한국처럼 1000명, 2000명이 한자리 하겠다고 부나방처럼 떼로 몰려드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미 버클리대 경제학 교수인 재닛 옐런은 미국 첫 여성 재무장관과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지냈다. 옐런은 거시경제 분야에서 최고 학자로 인정받았다. 연구와 정책을 접목한 경험도 많았다. 반면 우리 폴리페서들은 연구와 수업이 수준 이하인 경우가 태반이다. 연구실보다 정치 주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다. 정책 현장의 경험도 있을 리 없다. 수준 미달 폴리페서들이 양산하는 대선 공약은 실제 집권하면 독이 되기도 한다. 마차가 말을 끈다는 ‘소득 주도 성장’과 탈원전 자해 정책에 앞장선 사람들이 모두 교수였다.

공직자는 선거 전에 사퇴해야 하지만 교수는 예외다. 자리 경쟁에서 밀려나는 경우 대학으로 돌아가면 된다. 대선 캠프 이력과 인맥을 활용하면 정부 용역이나 지원금을 따내는 데도 유리하다. 잃을 게 없으니 폴리페서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피해는 학생과 학교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