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유재석을 다룬 위인전을 읽은 적이 있다. 꼭 10년 전, 그의 나이 마흔세 살 때 출간된 어린이 만화 위인전 시리즈. 이사를 많이 다녔고, 반장이 된 아들을 위해 어머니는 학교 청소를 자처했다는 등의 시시콜콜한 얘기부터, 주요 발자취를 정리한 인물 연표까지 수록...
최근 외신 기자 A씨를 만났는데 “한국 뉴스는 이해가 안 된다”고 본국 독자들의 항의가 잦다는 고충을 들었다. 그는 대통령이 12월 3일 밤 갑자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이 내용을 국무위원들과 여당 의원들은 물론 안보 동맹국인 미국조차도 사전에 몰랐으며, 제1야당인 더...
2025.03.28(금)
“1933년의 스탈린, 1937년의 히틀러, 그리고 2025년의 트럼프가 어떤 일을 했는가.” 지난주 인터넷 디자인 잡지 디진(dezeen)에 실린 한 칼럼은 이런 질문으로 시작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1월 20일 취임 당일에 서명한 행정명령을 역사 속...
2025.03.21(금)
아직도 텔레비전 뉴스에서 대규모 집회 소식을 전하는 날이면 부모님으로부터 전화가 오곤 한다. 괜히 집회에 나가진 않았는지, 무슨 탈이라도 나지 않았는지 걱정해서다. 민주화가 된 지 수십 년이 지나서도 집회·시위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건 과거 겪었던 극단적인 정치 폭력...
공정과 평등을 다룬 유명한 그림이 있다. 키가 다른 세 아이가 야구장 담장 앞에 서 있는 바로 그 그림이다. 담장 높이보다 키가 큰 아이는 야구 경기를 보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키가 보통인 아이와 작은 아이는 경기를 보려면 무언가를 밟고 올라서야 한다. 여기서 상자...
최근에 만난 인공지능(AI) 기업의 임원은 손바닥으로 연신 얼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그래봤자 얼굴에 드리워진 피로의 그늘은 가시지 않았다. 지난달부터 여당·야당과의 간담회, 공청회, 정치권의 기업 방문 등이 이어졌다. 그는 “안 그래도 할 일이 많은데 일할 수 있는 ...
2025.03.07(금)
“누군들 아프고 싶어서 아프겠니.”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일상을 견디다 마음에 생채기가 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봤으면 하는 작품이다. 주인공 정다은(박보영)은 정신병동 간호사로 일하다 가까이 지냈던 환자의 죽음을 목격하고 우울증을 겪는다. 침...
2025.03.01(토)
태평양전쟁 때 미군의 후방 기지였던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에선 매년 2월 15일 특별한 의식이 거행된다. 원주민 남성들이 낡은 미군 군복이나 ‘USA’가 큼지막이 적힌 옷을 입고 대나무로 만든 가짜 총을 메고서 성조기를 들고 엄숙하게 걷는다. 일명 화물 숭배(Carg...
2025.02.27(목)
무심코 내가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입김 때문이었다. 출근길, 폐에 차 있던 공기가 입으로 빠져나와 얼굴을 덮었다. 간밤 몸 안에서 데워진 온기가 얇은 담요처럼 천천히 펼쳐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잠시 펄럭이다가 곧 바람에 올이 풀려 날씨의 일부가 돼가는 장...
40대가 되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건 테니스를 치기 시작한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성적표 체육 과목에 ‘우’가 찍히기 시작했던 운동치라 다른 참석자들에게 민폐만 끼치지 않으면 다행인 경우가 허다하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코트에 선 지 만 2년이 됐다. 등산...
소련의 붉은 군대 합창단(Red Army Choir)이 미국 워싱턴 DC 케네디 센터 무대에 오른 것은 1989년 12월 3일이었다. 케네디 센터가 매년 미국 문화에 공헌한 예술인들에게 주는 명예상 시상식 갈라쇼였다. 카키색 군복을 입은 무용수들이 댄스와 곡예로 흥을 ...
2025.02.15(토)
요즘 또래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거론되는 인물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지난달 20일 취임 이래 보편 관세 도입, 화석연료 산업 부활 등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굵직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의 말 한마디에 자산이 출렁이니 관심 가지지 않...
해가 바뀌고 설 연휴가 다가오면 나이를 물은 뒤 결혼 생각이 있는지 확인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 그런 것을 묻느냐”고 반문하면 대개 “결혼을 해야 하는 건 아닌데, 반려자가 있으면 좋지”라며 말끝을 흐린다. 결혼까진 몰라도 반려자를 찾는 건 자신 있다. 지난달 초 미...
2025.01.31(금)
이번 설 연휴 130만명을 넘겼다는 해외 출국자 무리에 섞여 일본 도쿄에 다녀왔다. 일요일이던 지난 26일, 일본인 친구 집에서 NHK 뉴스를 보는데 신오쿠보역 사고 24주기 소식이 나왔다. “2001년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씨와 일본인 남성 세키네 시로씨가 승강장에서 ...
2025.01.31(금)
대통령이 체포 직전에 “요즘 레거시 미디어는 너무 편향돼 있으니 유튜브에서 잘 정리된 정보를 보라”고 말했다는 얘기를 들은 날이었다. ‘유튜브에 잘 정리된 정보’가 어떤 것인지 몹시 궁금했다. 검색창에 ‘부정선거 증거’라는 여섯 글자를 넣어봤다. 순식간에 영상 수천 개...
2025.01.25(토)
가수 이승환(60)씨의 통렬한 자기반성은 자못 감동적이었다. 며칠 전 그가 페이스북에 ‘노인’과 ‘어른’에 대한 소고(小考)를 남겼다. “노인과 어른은 구분돼야 합니다. 얕고 알량한 지식, 빈곤한 철학으로 그 긴 세월에도 통찰이나 지혜를 갖지 못하고 그저 오래만 살았다...
어쩌다 수입차를 끌고 다니게 되면서 불편한 게 있다면 정비다. 공식 정비 시설이 만성적으로 부족해, 일 년에 한 번 엔진오일을 바꾸는 것도 큰일이다. 주말은 예약이 꽉 차 있고, 평일도 며칠은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집에서 가까운 경정비 전담 시설에 전...
온라인 주문한 스웨터의 배송이 시작된 곳은 洛阳市(중국 뤄양시)였다. 배송 추적란에 적힌 간체자 한자가 눈에 설었다. 郑州市(정저우시)를 거쳐 중국 대륙을 가로지른 스웨터는 열흘 만에 도착했다. 이 브랜드 제품은 몇몇 한국 쇼핑몰에서도 수입해서 판매하지만 구색이나 가격...
2025.01.11(토)
2008년 대학에 입학하고 맞닥뜨린 가장 큰 난관은 등록금이었다. 한 학기에 320만원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국가장학금이라는 개념도 없던 시절, 최저시급 3770원짜리 아르바이트로 그 돈을 충당한다는 건 어림없는 일이었다. 어쩔 수 없이 은행에서 연 6% 정도 되는...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은 참으로 신묘한 것이 필체만 봐도 글쓴이의 성품이 어림짐작된다. 정경홍씨가 유품으로 남긴 편지를 보고 나서 그가 어떤 사람이었을지 궁금해졌다. 정씨는 지난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격전지인 쿠르스크에서 죽은 북한 병사다. “그리운 조선, 정다운...
2025.01.03(금)
- 1
- 2
- 3
- 4
- 5
- 6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