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중부 에밀리아로마냐주의 주도인 볼로냐(Bologna)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교육 도시이자 문화 중심지다. 볼로냐는 기네스 기록을 2개 갖고 있는데, 하나는 도시의 길목을 아름답게 장식한 회랑(回廊)이다. 비 오는 날에도 비를 맞지 않고 시내 중심부를 산책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다른 하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볼로냐 대학(Università di Bologna)이다. 1088년 설립된 이 학교는 현재 학생 8만7758명과 교직원 5733명이 다니고 있다. 교육 도시로서 명망을 확인할 수 있는 단적인 면모라 하겠다.
볼로냐의 기네스 기록을 넘어, 볼로냐보다도 더 유명한 게 바로 볼로네제 소스(Ragú alla Bolognese)다. 라구(Ragú)는 이탈리아 파스타와 함께 조리하는 미트(고기) 소스의 일종이다. 이탈리아 요리 학회에 따르면 라구(고기) 소스는 14종 있는데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소스가 바로 볼로네제다.
다진 쇠고기와 돼지고기에 셀러리, 당근, 양파를 넣고 센 불에 올리브유와 함께 볶는다. 재료가 익을 때쯤 화이트 와인을 넉넉히 넣고 끓이는데, 충분히 익으면 토마토소스를 더한다. 마지막에 우유를 넣어 신맛을 잡아주는데, 이 때문에 아름다운 분홍빛을 띠게 된다.
5-6시간쯤 중불로 졸이고, 뭉근해져야 비로소 완성됐다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인들은 이 소스로 라자냐, 탈리아텔레 등 넓적한 면의 프레시 파스타(생면)로 요리를 한다. 스파게티 면에 볼로네제 소스를 쓰는 건 이탈리아보다 다른 나라에서다.
이탈리아에는 도시 이름을 딴 음식이 많다. 파르마의 대표적인 음식 재료인 파르미자노 치즈(흔히 말하는 파르메산 치즈), 피렌체의 유명 스테이크인 비스테카 피오렌티나(겉은 바짝 익히고 속은 촉촉한 티본 스테이크) 등이 있다. 하지만 도시 이름을 딴 소스가 도시보다 더 유명한 경우는 볼로네제 소스가 아닐까 한다. 과연 맛있는 음식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탈리아인들이다. 숨은 미식(美食) 요리가 많은 우리나라도 ‘K’ 수식어를 뗀 지역 언어가 세계에서 통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