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미 항공우주국(NASA)에 독특한 제안을 했다. 13년째 태양계를 항해하던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에 탑재된 카메라를 지구 방향으로 돌려 사진을 찍어보자고 말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정교한 계산 없이 카메라를 움직였다간 태양광에 렌즈가 손상될 수 있었다. 세이건은 계속해서 설득했다. 그는 먼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이 인류에게 성찰의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 믿었다.

우주서 찍은 지구의 셀카

세이건의 바람은 이루어졌다. 1990년 2월 14일, 해왕성 궤도를 지나던 보이저 1호는 카메라의 방향을 틀어 지구를 찍었다. 지구에서 무려 60억 킬로미터가 떨어진 지점에서였다. 촬영된 사진에 담긴 지구는 마치 새카만 융단에 묻은 티끌 같았다. 픽셀 64만개로 이루어진 사진에서 지구는 1픽셀도 차지하지 못한 채 하찮고 파리하게 반짝였다. 세이건은 이 사진을 ‘희미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 이름 붙였다. 역사상 가장 먼 거리에서 우리 스스로를 찍은, 우주에서의 ‘셀카’가 탄생한 것이다.

내게 가장 위대한 초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나는 주저 없이 ‘희미한 푸른 점’이라 대답한다. 지구에 사는 모든 존재가 담겼으나, 그 모습이 부유하는 먼지 한 톨에 불과한, 가장 웅장하면서도 겸허한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세이건은 ‘희미한 푸른 점’을 보며 인간의 자만과 폭력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생각해 보라고 권했다. 우리가 살아갈 집은 광활한 암흑 한복판에 놓인 이 작고 외로운 행성뿐이다. 그렇다면 이 안에서 타인을 차별하고 배척하는 일이란 얼마나 자기 파괴적인가.

6월이 목전이다. 1969년 6월 미국에서 성 소수자 탄압에 맞선 ‘스톤월 항쟁’이 일어난 이래로 6월은 평등의 달로 기념되고 있다. 하얗게 보이는 빛도 실은 다양한 색깔을 품고 있음을 증명하는 무지개처럼, 우리 지구 행성의 거주민들도 존재하는 동안만큼은 서로의 다름을 축복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형용할 수 없이 크고 공허한 우주에서, 우리가 서로를 만났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 기적이다. 사랑만 하며 살기에도 시간은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