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63아트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시내에 아파트2021.04.05.뉴시스

“원래 선진국에선 젊은 사람들이 수도(首都)에 집을 못 사요.”

작년 여름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하고 각종 부동산 입법을 강행할 때였다. 여당 한 의원에게 집값 폭등으로 인한 문제점을 지적하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위로인가? 안타깝게도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여권 인사들의 시각을 종합하자면 이렇다. ‘소수의 부자가 부동산을 틀어쥐고 집값을 올리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그래서 각종 대책을 다 시험해봤는데, 예상과 달리 효과는커녕 부동산 값만 폭등했다. 하지만 그건 딱히 우리 책임이 아니고, 글로벌 자금 유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아무렇게나 말을 던진다. 무턱대고 집을 사라거나, 사지 말라거나…. 그래도 무능할지언정 위선은 아닐 것이라 믿었다.

이런 믿음은 줄곧 무너졌다. 청와대 어느 인사는 관사에 살면서 ‘영끌’한 돈으로 재개발 예상 지역에 상가를 샀다. 사람들이 비판하니 ‘아내 탓’으로 돌렸다. 정책 실패를 짚으면 너나 없이 ‘전 정권 탓’을 했다. 급기야 내 집은 제값 받고 전세 놓으면서 남의 집은 싸게 내놓도록 요구했다. 왜 그랬냐고 하니 통장에 있는 목돈 얘긴 빼놓고 ‘상황 탓’을 하고 ‘부동산 사장님 탓’을 한다. 왜 자꾸 남 탓만 하냐고 따지면 마지막 레퍼토리는 똑같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변명이 공식처럼 돼 버렸다. 청와대 정책실장, 여당 최고위원 출신이 이 수준이다.

국민 누구도 집값이 폭등하게 해달라 하지 않았다. 정책 실패가 있었을 뿐이다. 누구도 ‘다주택자는 투기꾼이니 집을 한 채 이상 못 갖게 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정권은 ‘1인 1주택’이 아니면 부정인 것처럼 난리법석이었고, 스스로 그 기준을 지키지 못하자 온갖 꼼수를 동원했다. 누구도 ‘전셋값 인상 폭을 당장 제한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각계에선 “인위적 제한은 전세 대란 같은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래도 ‘전셋값은 5% 이상 올리지 말아야 한다’고 하더니, 법 통과 직전 자기들만 세입자들에게 그보다 두 배, 세 배씩 돈을 올려 받았다. 이쯤 되면 ‘내로남불’이라는 말도 아까워진다. ‘나는 어쩔 수 없었지만 네가 하면 투기’라는 메시지를 도대체 누가 받아들일 수 있나.

본질은 간단하다. 정권 인사 누구도 부동산을 통한 돈벌이를 스스로 포기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일반 국민에겐 그러면 안 된다고 한다. 가끔 그들에게서 ‘진심’이 새어 나오기도 한다. 부동산 정책의 핵심에 있는 어느 인사의 말이 떠오른다. “오늘 당장 집 사세요. 무조건 오늘이 제일 싸요.” 어처구니없는 남 탓보다는 이런 솔직한 ‘고백’이 차라리 덜 피로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