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예능 ‘무한도전’의 과거 에피소드 중 ‘홍철 없는 홍철팀’ 일화가 있었다. 상황은 이랬다. ‘홍철팀’ ‘명수팀’으로 나누어 노홍철과 박명수가 가위바위보로 한 명씩 팀원을 뽑았다. 내리 네 판을 진 박명수는 마지막 한 판을 이기고도 뽑고 싶은 사람이 없었다. 그가 선택한 건 노홍철. “그래. 넌 뽑힌 적이 없잖아.” 멤버들의 황당한 동조에 노홍철은 억울하지만 박명수 팀으로, 졸지에 팀장이 사라진 홍철팀은 “이름은 그대로 쓰겠다”며 ‘홍철 없는 홍철팀’이 됐다. 이렇게 통념을 비틀고, 상식을 부수는 과정이 참신한 웃음 소재가 된다.
현 정부 역점 사업인 새만금 육상태양광 준공식에서도 이런 예능 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준공(竣工)은 공사가 끝났다는 의미인데, 아직 준공 절차가 남은 상황에서 성대한 준공식부터 연 것이다. 지난 22일 전북 군산에선 국토교통부 장관, 전북도지사, 새만금개발청장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새만금 육상태양광 발전시설 준공식’이 열렸다. “가동!”이라는 힘찬 사회자 구호에 맞춰 귀빈들이 버저를 누르자, 특수효과 장비에서 불꽃 기둥이 솟구쳤고, 스크린엔 ‘297MW(메가와트)’라는 큰 글자가 튀어나왔다. 1~3구역의 총 발전량을 뜻하는 숫자다.
그런데 이튿날인 23일, 이미 준공식을 마치고 ‘가동’까지 공표한 1구역 준공 과정을 취재하던 중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1구역은 아직 준공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고, 이 절차가 남았으니 당연히 가동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통상 공사가 마무리되면 주무 관청은 준공 검사를 통해 당초 설계대로 공사가 진행됐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밟는다. 이 검사는 일주일에서 열흘 안팎이면 끝난다. 며칠만 기다리면 되는데 개발청이 시간에 쫓기듯 샴페인부터 터트린 배경은 뭘까. 개발청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육상태양광 발전시설 준공은 2018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 이후 가시화된 첫 번째 성과”라고 했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도 준공식에서 “오늘 시작하는 1구역은 새만금 태양광 발전의 첫 결실”이라고 했다.
새만금 태양광은 탈원전을 대표하는 핵심 사업이지만, 아직까지 수상·육상 모두 제대로 가동을 시작한 곳은 없다. 지난 4월 첫삽을 뜬 육상태양광도 올해 말까지 1~3구역 공사를 끝내고 가동까지 한다는 계획이었으나, 그나마 공사가 빨리 끝난 1구역(99MW) 정도가 ‘성과’라는 단어로 포장해 내세울 만한 결과물이다. 개발청 입장에선 해가 바뀌기 전 ‘준공 퍼포먼스’가 필요했을 것이고, 준공 검사에 걸리는 일주일도 기다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홍철팀엔 홍철이 없어도 되지만, 준공식에는 준공이 토대가 돼야 한다. 상식 밖 행동은 예능에선 웃음을 주지만, 현실에선 비웃음밖에 사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