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은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총장 임명 전 ‘성남시 고문변호사’로 일했다는 논란에 대해 “성남시에서 지역을 위해 봉사해달라고 한 것”이라며 “많이 억울하다”고 했다. 그러나 김 총장의 행보를 보면 딱히 억울할 일도 없어 보인다. 오히려 여전히 ‘성남시 고문변호사’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작년 성남FC 자금 흐름 관련 성남지청의 FIU(금융정보분석원) 의뢰가 대검에서 반려됐다. ‘절차 문제’가 있다면 그럴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김 총장은 이례적으로 박은정 성남지청장과 직접 통화하고 이 수사의 ‘절차 문제’를 재차 언급했다고 한다. 전·현직 검찰 간부들은 “지휘 라인을 건너뛴 총장과 지청장의 직접 통화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이후 이 사건은 박 지청장의 수사 무마 의혹으로 번졌다. 박하영 차장검사는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라며 항의성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대장동 수사’도 마찬가지다. 성남시청을 늑장 압수수색한 데 이어 핵심인 ‘시장실’이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김 총장은 작년 10월 국감에서 “시장실이 제외된 건 몰랐다”고 했다. 대장동 수사팀의 쪼개기 회식에도 “방역지침 논란과 관계없이 최선을 다해달라”며 감쌌다. 김 총장의 존재감이 점점 희미해지자 검찰 안팎에선 “박범계 법무장관의 고교 후배인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실세로 좌지우지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까지 나왔다.
전직 검찰총장 등 복수의 검찰 원로들은 “현 정부 검찰개혁으로 망가진 검찰의 상징이 김오수 총장”이라고 했다. 한 전직 검찰총장은 “총장 임명 때, ‘그간 정권에서 혜택을 입었더라도 검찰총장은 다른 자리다. 결기를 보여야 한다’고 당부했는데, 실망뿐”이라고 했다.
또 다른 전직 검찰총장은 “검찰총장이 정권 눈치를 보는 그저 그런 검사 중 한 명으로 자신을 낮춰버렸다”고 했다. 김 총장이 지난달 두 차례 거듭 지시한 ‘성남FC 수사 무마 의혹 경위 파악’은 신성식 수원지검장이 사실상 잘라먹은 셈이 됐다. 신 지검장은 박은정 지청장이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이유로 ‘수사 먼저 하고 경위 파악은 그다음 보고하겠다’고 사실상 대검에 통보했는데, 김 총장은 이를 받아들였다. 복수의 검사들은 “총장이 성남 사태를 직접 확인하지 않고 이재명 후보의 대학 후배인 신성식 지검장에게 맡긴 이유를 떠올려보자”고 말한다.
대선을 앞두고 검찰 관행에 따라 총장이 주요 수사지휘를 자제한 것이라는 선의(善意)를 생각해보자는 법조인도 있다. 그러나 김 총장의 ‘선의’가 성남시에만 반복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부터 든다. 취임식 때 김 총장이 강조한 ‘총장으로서 굳건한 방파제가 되겠다’는 약속은 다른 곳을 위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