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키움은 지난달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강정호(35)에 대한 임의해지 승인을 요청했다. 강정호는 ‘음주운전 삼진아웃’ 전력자로 징역형(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을 받았고, 2년 전 국내 복귀를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키움 단장은 “선배 야구인으로서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런 키움의 행보를 비판한 기사를 썼는데, 한 독자가 메일을 보내왔다. 내용을 그대로 옮긴다.
“전과 4범 이재명씨도 대선 후보에 나왔는데 왜 사람들은 수년이나 지난 음주 전과 강정호 선수는 용납하지 못할까요. 엄청난 파렴치범도 아닌데…. 이제 그만 돌을 던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20대 대선은 신종 ‘나비’를 탄생시켰다. ‘전과 4범’ 후보가 1600만표(득표율 47.8%) 넘게 얻고 불과 0.73% 차이로 석패한 탄식 속에서 부화한 이 나비는 “능력 있으면 됐지 뭐가 문제냐”고 날갯짓을 한다. ‘유능한 경제 대통령’ 구호가 음주 운전을 비롯해 대장동 스캔들, 법인카드 유용, 불법 의전 등 각종 논란을 뚫어내는 것을 온 국민이 체험했다. 원칙과 상식 따위는 우스워지는 나비효과가 대선 이후 다방면으로 나타날 조짐이 보인다. 야구계에도 여파가 미쳤는지 위 독자처럼 강정호를 두둔하거나, 아니면 “발사각 47.8도 대장동포를 장전한 화천대유격수 3범타자의 복귀를 열렬히 환영하자”고 낄낄대는 팬들도 있다.
허구연(71) 신임 KBO 총재가 최근 취임 기자회견을 열었다. 첫 질문부터 “강정호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가 나왔다. 그는 “이 문제를 두고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서 심사숙고 중”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KBO 규약에 따르면 리그 발전과 권익 보호를 위해 총재는 선수 계약을 승인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허 총재가 직권으로 강정호의 복귀를 거부한다면 키움이 소송전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그것은 나중 문제이며 지금 허 총재는 야구계에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고민할 시점이다.
강정호는 KBO 복귀가 승인되더라도 유기실격 1년 징계를 받았던 터라 빨라야 내년에야 국내 무대에 선다. 실전 공백기가 3년 넘은 서른여섯 살 선수가 잘 한다면 한국 야구의 바닥이 드러나는 것이고, 못 한다면 본인에게 수치다. 결국 남는 것은 “역시 한국에선 뭐든 버티면 결국 봐준다”는 무너진 원칙 뿐이다.
한국 야구는 코로나 사태에 국제 대회 성적 부진, 선수 사생활 논란 등이 더해져 팬층이 급감하고 있다. 30년 넘게 해설 위원으로 활동했고 한국 야구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허 총재는 “9회말 1사만루 위기에 등판한 투수의 마음으로 총재직을 맡았다”며 “음주 운전과 승부 조작, 성범죄, 약물 복용을 ‘야구계 4불(不)’로 만들겠다”고 했다. 강정호 문제 해결이 4불 확립을 위한 첫 걸음이다. 야구인 허 총재의 결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