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이후 여의도는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점령한 해방구 같다. 하지만 ‘정권 심판의 기쁨’은 여의도 바깥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 지난 2일 서울 성동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10대 여성과 2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달 30일엔 부산의 한 대학교에서 20대 여성이 사망했다. 지난달 22일엔 수원의 한 오피스텔에서 양주시청의 20대 공무원이 투신했다. 이들의 죽음을 보도하는 기사 말미엔 “우울감 등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로 시작하는 자살 예방 문구가 첨부됐다.
신문에 실리지 않는 젊은이들의 부고는 훨씬 많다. 생명존중시민회의의 최근 발표 자료를 보면 2022년 자살 사망자 수는 1만2906명, 하루 평균 35.4명이었다. 10대, 20대, 30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사실은 대못 같다. 한반도미래연구원은 내년에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가 0.72명에서 0.65명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20대 여성 자살률(10만명당)은 2018년 13.9명에서 2021년 20.2명으로, 30대 여성은 같은 기간 18.6명에서 21.6명으로 늘었다(중앙대 이민아 교수).
이 교수는 “노동시장 내 차별과 여성 노동의 주변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젊은 여성들은 결혼·출산이 아니라 일자리를 기준으로 인생 계획을 꾸리는데도 가부장 중심의 한국 사회와 노동시장이 여전히 여성에게 절망을 안겨주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하지만 지난 총선 과정에서 여야는 ‘이조 심판’과 ‘대파 혁명’ 구호로 맞붙었을 뿐, 미래 세대를 위한 비전을 거의 제시하지 않았다. 20·30대가 역대 어느 때보다 소외된 총선이었다. 그 결과 평균 연령 56.3세(한국 평균 44.9세), 남성 80%(240명), 20대 0명의 22대 국회가 곧 출범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번 총선 압승으로 3김 이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야당 당수가 됐다. 7일 대장동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할 때 그의 표정은 ‘이젠 다 지겹다’고 말하는 듯했다. 며칠 전 국회를 통과한 채 상병 특검법을 두고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던 이 대표는 자기 재판에 대한 취재진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피와 살이 튀는 어느 복수(復讐) 영화 포스터를 페이스북에 올리며 “여러 번 봐도 지겹지 않다”고 했다.
틈만 나면 “국민의힘은요?” “한동훈은요?”라고 말하는 제1·2야당 대표가 정치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총선 3연패를 당하고도 ‘보수의 정체성’을 강화하자는 여당 사람들은 정치를 왜 할까. 의회 권력으로 자기들 사법 리스크를 없애면서 보복하겠다는 사욕, 유력 주자에게 줄 잘 서서 한자리해보겠다는 탐욕, 국회의원 배지 달아 족보에 한 줄 걸쳐보겠다는 허영. 이 세 가지로 젊은이들이 결혼·출산을 꿈꾸기는커녕, 아예 생을 포기하는 현실을 타개할 수 없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