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공항이 복잡해졌다는 불만이 많다. 보안 검색 등 수속 대기줄만 수십 미터라 탑승 3~4시간 전엔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말, 연휴라도 낀 날이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예상을 초과한 승객, 신형 보안 장비 도입, 인력 부족 등 혼잡 이유를 두고선 의견이 갈린다. 그러나 애써 외면하고 있는 원인도 있다. 의도적으로 없앤 공항 내 ‘경쟁’이다.
지난 정부는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따라 인천공항에 3개 자회사를 만들어 용역회사 소속 95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때부터 공항 관리 체계는 완전히 바뀌었다. 이전엔 최소 57개 업체가 경쟁을 통해 인천공항공사로부터 일감을 따내야 했지만, 자회사 체제로 재편되면서 경쟁 없이 3개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구조가 된 것이다.
삭제된 경쟁의 흔적은 공항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근래 들어 실탄, 칼, 모의 폭발물 등이 버젓이 공항 보안 검색을 통과하고, 사람이 오르내리는 탑승교와 비행기가 부딪치거나 용접 작업 중 불이 나는 등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늘었다. 길어진 줄 서기도 원인이 다르지 않다. 최근 인천공항 경쟁력 강화 관련 연구 용역을 맡은 회계법인은 “경쟁 없는 환경이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현 구조에서 자회사가 일을 알아서 잘해내길 바라는 건 모순에 가깝다. 3개 자회사는 수의계약을 통해 공항 일감을 싹쓸이하고, 직원 수에 비례해 공사로부터 매출과 이윤 증가를 보장받는다. 자회사 입장에선 효율이나 혁신 대신 인원을 늘리는 게 더 남는 장사다. 반면 공사는 경쟁 없이 일감을 내려주니 비교 대상이 없어 비용·품질 관리가 점차 어려워진다.
이러다 보니 모회사인 공사는 적자인데, 자회사는 흑자를 보는 황당한 상황도 벌어진다. 코로나 확산 시기였던 2020~2022년 공사는 1조9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자회사는 흑자를 나타냈다. 또 다른 전염병 등 위기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런 국면에서도 자회사는 공사라는 안전판을 갖고 있는 셈이다.
자회사 운영도 정상적이지 않다. 57개 용역 업체를 물리적으로 합치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근무 환경조차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 비슷한 일을 하지만 임금이 현저하게 차이 나고, 상위 직급보다 하위 직급 임금이 높은 경우도 발생한다. 3개 자회사에서 연 830명가량 퇴사자(2023년 기준)가 나오고, 상당수가 신입 사원이라는 건 근로 의욕 저하 등 인력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인천공항을 이용한 여객은 7115만명으로 전년보다 27% 늘었다. 앞으로 공항은 더 북적일 텐데, 이때마다 인원 부족 문제라며 인력을 늘리자는 목소리도 덩달아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반복까지가 관(官)이 주도해 정부가 고용주가 된 정책의 진정한 청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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