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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쏠뱅크 KBO 리그 개막전 NC다이노스 대 KIA타이거즈의 경기, 3회 말 1사 주자 없음 상황에서 안타를 친 KIA 김도영이 왼쪽 다리 통증을 호소하며 덕아웃으로 돌아오고 있다./뉴시스

“오늘 부상은 온전히 나의 잘못입니다.” 프로야구 KIA의 간판타자 김도영이 지난 22일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부상으로 교체된 뒤 소셜미디어에 사과문을 올렸다. 지난 시즌 MVP에 오르며 ‘수퍼스타’로 떠오른 김도영은 개막전 두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친 뒤 진루했지만 왼쪽 허벅지에 통증이 와 교체됐다. 검진 결과 햄스트링이 손상돼 한 달 정도 결장한다고 했다.

부상도 서러운데 왜 사과문까지 썼을까. 게다가 부상은 그가 게으르거나 안일해서가 아니다. 김도영은 어느 선수보다 승부욕이 강하고 자기 관리가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감독과 코치진도 김도영이 다칠까 번번이 주의를 준 것도 널리 알려진 일이다. 결국 그의 부상은 매 순간 전력을 다하는 프로 선수로서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불운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불운한 일이 터지면 꼭 책임자를 찾아내 비난하고 망신을 주며 화풀이를 하는 게 사회적 풍토가 된 탓일까. 이번에도 일부 극성 팬들이 ‘죄인 색출’에 나섰다. 일부 팬들이 “1루 코치 때문에 다쳤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한쪽은 “코치가 2루까지 뛰게 시켜서 다쳤다”고 하고 다른 쪽은 “김도영이 2루로 뛰려던 걸 왜 말리지 않았느냐”며 엇갈린 비난을 한다. 잘 모르고 일단 비난부터 한다는 뜻이다.

심지어 팀 동료 선수에게 “왜 안 하던 운동을 시켜 다치게 했느냐”며 비난한 팬도 있었다. 사실관계는 따지지도 않고 분풀이 삼아 ‘죄인’을 찾아내려는 어긋난 팬심에 불이 붙자 김도영이 ‘내 잘못’이라고 나선 것이다. 애꿎은 피해를 막으려는 선수의 충심이다.

야구계의 극성 팬 문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선수와 코치의 소셜미디어에 찾아가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쏟아내는 건 평범한 축에 속한다. 그런데도 선수와 코치진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소속 팀과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모습은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당사자들은 ‘많은 연봉을 받는 유명 인사’라는 이유로 부당한 비난까지 혼자 감내한다. 외국의 경우 소속 선수가 부당한 비난과 괴롭힘을 당하면 여지없이 구단과 리그 연맹 등이 선수를 보호·지지하고 잘못된 서포터들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우리 구단들도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는다. 단지 그런 성명을 냈다가 극성 팬들의 심기를 거스르면 목소리 큰 그들이 안티 여론을 형성할 게 두려워 몸을 사릴 뿐이다. 이런 침묵이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부상 선수가 자기 잘못이라며 사과문을 써야 하는 상황까지 만들었다.

한국 프로야구는 요즘 개막전 전 경기가 매진일 만큼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어긋난 팬 문화는 불붙은 야구 흥행에 찬물을 끼얹을 뿐이다. 야구계에서는 이제 잘못을 저지른 선수를 엄하게 처벌하는 관행이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도 부당한 공격을 받는 선수와 코치진을 더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그게 그들의 몫이고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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