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cel
Cancel
live

지난 3일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글로벌모터스지회는 민주노총 광주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1

6개월을 넘긴 GGM(광주글로벌모터스) 파업 사태는 노조의 파업을 막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 GGM은 일반 회사와 달리 35만대까지 ‘저임금, 무파업’ 모델을 유지하겠다는 협정 아래 만들어졌다. 그러나 노조는 지난해 10월 파업 절차에 돌입한 후, 20차례의 크고 작은 파업을 벌였고 누구도 제지하지 못했다.

주주단이 나서 투자 지분 회수를 거론하고 노동·경영·법률 전문가들이 참여한 중재 특별위원회가 중재안까지 내놨지만 노조는 ‘파업을 못 하게 하는 건 불법’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타깝지만, 노조만 비판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 ‘노조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 측의 명분은 될지 몰라도, 유효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게 장기간 파업으로 이미 증명됐다. ‘떼 법’이라고 치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노조는 정상적 절차를 밟아 쟁의권을 획득했기 때문에 불법 파업으로 보기도 어렵다.

전문가들은 GGM을 만든 협정의 오류를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GGM은 독일 폴크스바겐의 ‘아우토5000’ 모델을 벤치마킹해 만들었다. 폴크스바겐이 경영 어려움으로 생산 시설을 동유럽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노사는 아우토5000이라는 별도의 회사를 만들었다. 폴크스바겐 노동자보다 20~30%가량 적은 임금을 받고 더 많은 시간을 근무해 위기를 극복해 보자는 취지였다. 그 결과 아우토5000 공장은 폴크스바겐의 최대 흑자 공장이 됐고 이후 이들은 소속이 모두 폴크스바겐 정규직으로 바뀌었다.

아우토5000을 바랐던 GGM의 꿈이 깨진 건 협정의 주체가 달랐던 탓이 크다. 독일 모델은 일자리의 주체인 폴크스바겐 노사가 직접 협정을 맺었지만, 우리는 관이 주도한 허울만 그럴듯한 협정이었다. 예컨대, 이 회사에 일감을 주는 사실상의 주인 현대차는 돈만 대는 소극적 역할을 맡았다. 문재인 정부가 당시 협정에서 ‘노(勞)’로 참여시킨 건 한국노총이었지만, 실제 GGM에는 민주노총 노조가 들어섰다. 회사가 만들어질 때부터 이 같은 협정의 부실함이 지적됐지만, 일자리 창출 혁신 모델이란 구호 아래 묻혔다.

사 측은 이제라도 ‘저임금, 무파업’ 모델이 깨졌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인정하지 않을 경우 역으로 35만대 생산 이후, 임금을 크게 높이고 근로 여건도 개선시켜야 하는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이익을 늘려야 하고 그 전제는 자동차 위탁 생산 업체인 GGM이 현대차 외 다른 회사에서 일감을 따내는 것이다. 신생 업체인 GGM은 그럴 능력과 경력이 부족하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노조 역시 협정을 깬 잘못을 사과하고, 이에 따른 불리함도 안겠다는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GGM은 기업 유치를 위해 광주 시민의 세금을 대거 투여한 회사다. 협정문의 법적 해석 다툼을 계속하는 건 시민들의 생계를 볼모로 잡는 행동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