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소속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2년 ‘소유권 사회(ownership society)’ 정책을 발표했다. 저소득층도 자기 집을 갖게 하겠다는 ‘주택판(版) 아메리칸 드림’ 구상이었다. 무주택자가 집을 갖게 되면 책임감이 고양돼 국가 번영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였다. 주택 대출 이자에 세액 공제 혜택을 주고, 토지 규제를 완화했다. 부동산발 경제 활황에 힘입어 부시는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부동산 버블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촉발했고, 공화당 정권 상실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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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텃밭인 조지아주에서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이례적 승리를 거둔 것도 주거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에 따르면 조지아의 주도(州都)인 애틀랜타에서 도심 고밀도 재개발이 이뤄졌고, 싼 주택 공급 확대 덕에 대기업이 대거 유치되자 민주당 지지 기반인 고학력 근로자가 몰려 선거 지형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문 정부 부동산 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부동산 정책은 정치”라고 했다. 그는 ‘부동산은 끝났다’는 저서에서 “자기 집이 있으면 보수적, 없으면 진보적인 투표 성향을 보인다”고 썼다. 그런 생각 때문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실제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의지를 꺾으려는 듯한 내용이 많다. 보유세 인상, 대출 억제, 재건축 규제 등 주택 구입을 어렵게 만드는 정책을 쏟아냈다. 반면 새 아파트 공급엔 소극적이다. 시장에선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처럼 영원히 공공 임대 주택에서 세입자로 살라는 정책”이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 내정자도 ‘부동산 정치' 신봉자다. 교수 시절부터 “고령자의 보수 정당 지지율이 높은 것은 주택 자산 가치를 올릴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라며 민간 주도 자가주택 공급보다 공공 주도 임대주택 공급이 답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는 “사유재산권을 보호하는 재개발 정책을 이기려면 헌법재판소·대법원의 모든 판례를 다 뒤집을 만한 사회운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발언 수위로만 보면 김 전 실장보다 더 과격하다.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 헛발질을 놓고 시중엔 “집값을 못 잡는 게 아니라 안 잡는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20년 좌파 집권’을 하려면 무주택자가 많은 게 좋고, 집값이 오르면 사회 양극화로 득표 기반이 넓어진다는 ‘음모론’이다. 설마 그럴까 싶다. 부동산 정책 당국자부터 자기 집 팔아 공공 임대로 이사하고, 양도 차익은 임대 주택 건설 기금에 기부한다면 이런 음모론은 사라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