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비데오 AFP=연합뉴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의 한 병원에서 루이스 라카예 포우 대통령이 중국 제약사 시노백이 개발한 신종 코로나 백신을 맞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86.5%, 칠레 56.4%, 바레인 46.9%, 세르비아 37.1%…. 영국 옥스퍼드대 통계 사이트가 집계한 인구 대비 코로나 백신 1회 접종률이다. 전 세계가 백신 부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의외의 국가들이 높은 접종률을 보이고 있다. 백신 개발국인 미국(48.4%), 영국(54.0%)에 비해도 손색없는 비율이다. 우루과이는 요즘 하루에 총인구의 1.1%에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중국이나 러시아 백신을 과감하게 도입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우한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직후인 지난해 2월부터 빠른 속도로 백신을 개발했다. 러시아도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자체 백신을 승인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중국·러시아 과학기술은 코로나 백신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두 나라가 백신을 개발하면서 유효성·안전성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고 검증받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러시아 백신은 지난 2월 국제 의학 전문지 ‘랜싯’에 91.6%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는 3상 결과를 발표하긴 했다. 그래도 중·러 백신이 과연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가시지 않는다. 아르헨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지난 1월과 2월 두 차례 러시아 백신을 맞았음에도 지난 3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터키는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인구의 20%에 달하는 1640만명에게 중국 백신을 접종했지만 최근 확진자가 1월에 비해 4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두 나라 백신이 ‘물백신’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다만 두 나라 백신을 맞고 중대한 이상반응을 보였다는 보도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중국 러시아 백신

▶그럼에도 워낙 백신 공급이 달리자 일부 서구 국가들도 러시아 백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독일은 유럽의약품청(EMA)이 사용 승인을 하면 러시아 백신 접종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고, 오스트리아는 EMA 승인이 나기 전인데도 러시아 백신 100만회분 도입을 협의 중이다.

▶국내에도 중국 백신은 몰라도 러시아 백신은 검토해볼만하지 않느냐는 전문가들이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얼마 전 “러시아 백신을 포함해 검토는 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상세한 임상 자료 공개와 검증으로 먼저 국민들에게 확실한 믿음을 준 다음에나 가능한 일이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들은 그나마 지도자의 관심과 결단이 있었다. 지난해 여름 알 수 없는 이유로 백신 확보 시기를 놓치고 국민들에게 방역만 다그치는 우리나라 리더십과는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