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완서는 6·25 때 숙부와 오빠를 잃었다. 오빠는 사고로 총상을 입고 집으로 돌아와 몇 달 뒤에 죽음을 맞는다. 그러나 오빠가 좌익 활동을 한 전력 때문에 주변에 알리지도 못하고 서둘러 매장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는 이것을 ‘죽음을 꼴깍 삼킨 것’이라고 표현했다. 제대로 예를 갖추지 않고 오빠 장례를 치른 후유증은 나중에 ‘부처님 근처’ 같은 소설에 잘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 사망자에 대해선 ‘선(先)화장, 후(後)장례’가 정부 지침이다. 이에 동의해야만 장례 지원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 사망자의 80%가 이 지침을 따랐다. 이 때문에 “제대로 추모도 하지 못하고 떠나 보내게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유족들 호소가 잇따랐다. 생전에도 격리 상태로 치료를 받았는데, 죽어서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비인륜적이라는 것이다.
▶'나는 죽음을 돌보는 사람입니다’ 저자 강봉희씨는 지난해 2월 대구 코로나 사태 때 코로나로 숨진 23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그는 책에서 “코로나 사망자는 여느 죽음과는 정반대”라고 했다. 일반적으론 사후 24시간이 지나야 화장할 수 있는데 코로나 사망자는 24시간 안에 화장을 마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로 돌아가신 분은 죽음이라 할 수도 없다”며 “방역 매뉴얼에 따라 슬퍼할 겨를도 없는, 애도받지 못한 죽음”이라고 했다. 유족도 밀접 접촉자거나 확진자인 경우가 많아 장례식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선화장’ 장례 지침은 코로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유행 초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과학적 근거가 없고 과한 지침이라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WHO는 에볼라·콜레라 외 시신은 일반적으로 감염성이 없다며 코로나 시신을 화장 처리해야 한다는 것은 미신에 불과하다고 했다. CDC도 “코로나 감염 여부는 매장과 화장 사이 선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시신을 밀봉 처리하고 관 속에 넣으면 바이러스 유출 가능성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화장터 직원들이 전신 방호복을 입고 운구하라는 지침도 비과학적이다.
▶지난 10월 질병관리청 국감에서 ‘선화장’ 지침이 과하다는 지적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침을 보완하고 있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유족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지 않도록 임종과 화장 절차를 참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곳곳에 있는 비과학적인 부분을 하나씩이라도 걷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