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서 “잘나간다”고 인정받는 판사들 이력서에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는 경력이 있다. 바로 ‘대법원 재판연구관’이다. 지금 대법원에서도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8명이 재판연구관을 지냈다. 서울에 있는 법원 9곳의 법원장도 절반 이상이 재판연구관 출신이다. “법률 지식과 재판 능력이 뛰어난 ‘에이스 판사’로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재판연구관을 거쳐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재판연구관은 대법원에 사건이 올라오면 쟁점과 법리를 검토해 대법관에게 보고서를 올린다. 이 보고서는 법원 내 어떤 보고서보다 ‘파워’가 있다. 대법원 재판 결과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시환 전 대법관은 “한 번에 수십 건씩 올라오는 기록을 (대법관이) 자세하게 살펴볼 여유가 없다”면서 “재판연구관이 보고한 의견과 같게 (사건을) 처리하는 비율이 90%가 넘는다”고 했다. 대법원이 ‘대법관 재판’이 아닌 ‘연구관 재판’을 한다는 말까지 있다.

▶그러니 실력이 빼어난 판사들이 주로 재판연구관에 발탁된다. 한 해 대법원에 5만건 가까운 사건이 올라오는데 모두 재판연구관 손을 거쳐 대법원 재판에 넘어간다. 연구관 한 명이 1주일에 많게는 60건씩 사건을 검토해야 한다. 거의 매일 야근과 휴일 근무로도 시간이 모자라 집으로 기록을 들고 가는 날도 많다. 재판연구관은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산다. 연구관 출신 판사는 “마지막 재판인 대법원에서 하급심의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거나 새로운 법리를 고안해 공정하게 처리했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재판연구관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판사들은 변호사로 개업하지 않고 평생 법원에 남아 재판을 하며 살겠다는 이가 많았다. 그러나 김명수 대법원에서는 재판연구관이 줄줄이 법원을 떠나고 있다. 올 들어 법관 정기 인사 때도 재판연구관 5명이 한꺼번에 사표를 냈다고 한다. “대법원장이 특정 성향의 자기 사람만 챙기는 것을 보고 ‘희망이 없다’고 느낀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최근 대법원은 민주노총 출신으로 집회 때 경찰관을 폭행한 벌금 전과까지 있는 변호사를 재판연구관으로 뽑았다고 한다. 이 연구관은 “대법관이 노동 문제를 적대적으로 보는 이들로 구성됐다”고 한 사람이다. 대법원이 그에게 노동 사건을 맡겼다. 그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 재판을 받을 때 “항소심 (유죄) 판결은 잘못됐다”는 탄원서 제출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법원장이 정권 편들기 재판과 코드 인사로 법원을 망치더니 재판연구관까지 한쪽으로 기울어진 사람으로 채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