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크린 골프 1위 업체 골프존 김영찬 회장은 삼성전자를 거쳐 2000년 직원 5명 벤처기업으로 골프존을 시작했다. 전국 골프 연습장을 돌아다니며 시뮬레이터를 판매했는데, 사람들이 연습 타석은 제쳐두고 시뮬레이터 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코로나 사태 때는 소수 지인들끼리 모여 감염 위험이 적은 장소로 인식되면서 스크린 골프장 인기가 더 높아졌다. 최근엔 일반 골프의 축약 버전인 파크 골프를 실내로 옮겨 스크린 파크 골프장이 경로당에 들어서고, 아파트 커뮤니티 내 골프 연습 시뮬레이터 설치도 유행이다.
▶국내 스크린 골프 매장 수는 8000곳 이상, 시장 규모는 2조원을 넘는다는 통계가 있다. 필드 골프 대체재로 여겨지던 스크린 골프가 또 다른 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프로 선수가 나서는 스크린 골프 투어도 인기를 끈다. 스크린 투어에서 10승 이상 거둬 ‘스크린 골프의 황제’로 통하는 김홍택은 KPGA 투어에서도 두 차례 우승했다. “필드 한 번 나갈 돈으로 스크린 골프를 10번 칠 수 있었다”는 그는 스크린 투어에서 돈을 벌어 실제 투어 준비를 했다고 한다.
▶초기엔 타구 거리와 방향 정도만 측정했던 스크린 골프 기술은 갈수록 크게 발전했다.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매킬로이 주도로 지난 1월 개막한 TGL 리그에는 관련 신기술이 집약돼 있다. 레이더 장비 18대, 광학 카메라 8대가 동원된다. 스크린에서 35야드 떨어진 티박스에서 샷을 하면, 추적 시스템이 35야드까지 공이 그린 궤적을 관찰해 이를 바탕으로 나머지 궤적을 추정한다. 이 정보를 TGL 맞춤형으로 개발된 소프트웨어가 넘겨받아 ‘페어웨이 안착’ ‘경사면에 떨어져 왼쪽으로 튐’ ‘러프에 떨어져 짧게 튀고 멈춤’ 등 결정을 내린다.
▶스핀 속도, 발사 각도, 공과 클럽 속도는 물론이고 공이 어떤 브랜드 모델인지 식별해 그에 따른 공기역학적 특성까지 계산에 반영한다. 스크린과 티박스 사이를 35야드로 정한 것도 실험 결과 정확성을 높이는 데 가장 이상적인 데이터를 제공하는 거리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술에는 오차 범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같은 데이터도 여러 기술을 활용해 중복 측정한다. 실제 TGL 경기 중 공 대신 디벗(뜯긴 잔디 조각)이 날아간 궤적이 측정돼 오류가 나기도 했다.
▶5층 건물 높이 초대형 스크린, 홀마다 굴곡이 바뀌는 회전 모형 그린 등 TGL은 전통적 골프에 각종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실험이다. 18~49세 젊은 시청자가 40%를 넘나든다. 골프의 재해석이자 혁신이란 찬사, 경기가 아니라 예능에 가깝다는 비판이 엇갈린다. 이 야심 찬 시도가 TGL이 내세우는 대로 ‘골프의 미래’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