숀 코너리가 주연한 영화 ‘더 록’의 무대인 미국 앨커트래즈섬 감옥은 탈옥이 불가능한 곳으로 악명 높았다. 감옥이 폐쇄된 뒤엔 관광지로 거듭났다. 마피아 거물 알 카포네를 비롯해 흉악범이 수감됐던 독방, 섬을 둘러싼 샌프란시스코의 거친 바다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드는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 명소다. 다크 투어리즘은 슬픈 역사나 어두운 범죄 현장을 찾는 여행을 말한다. 우리 국립국어원은 ‘역사 교훈 여행’이란 용어를 권한다.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역사가 오랜 여행이기도 하다. 스파르타 왕 레오니다스와 300 결사대가 테르모필레에서 페르시아군에 맞서 싸우다 전원 전사했다. 전쟁이 끝난 뒤 그리스인들은 이곳에 전사의 용맹을 기리는 사자상을 세우고 스포츠 축제를 해마다 열었다. 지금도 많은 관광객이 레오니다스왕의 동상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에 가면 건물 곳곳에 포탄 자국이 무수히 박혀 있다. 20세기 유럽 최악의 인종 청소 전쟁이었던 보스니아 내전의 상흔이다. 보스니아인들은 비극의 흔적을 지우지 않고 포탄이 박힌 곳마다 빨갛게 칠한 뒤 ‘사라예보의 장미’라 명명했다. 많은 이가 이 붉은 장미를 보고 지난 과오를 돌아보기 위해 현장을 찾는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캄보디아 킬링필드의 해골 전시관,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등도 대표적 다크 투어 관광지다.
▶북한도 그런 곳 중 하나다. 2018년 중국의 여행사가 영국 프리미어리그 경기장에 ‘북한을 방문하자’는 광고판을 내걸었는데 한 부부가 호기심으로 북한을 여행했다. 평양에서 중국인 여행단을 만나 “여기에 왜 왔느냐?” 물었더니 모두 “중국의 1970년대 같다”고 대답했다. 관광객 미국 청년 오토 웜비어는 평양 호텔의 정치 구호를 손상했다고 고문당하고 죽었다. 북한 여행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다크 투어리즘이다.
▶우리나라도 다크 투어 관광지가 많다. 을사늑약을 체결한 덕수궁 중명전, 일제강점기 독립 투사들이 투옥돼 고초를 겪은 서대문 형무소, 6·25전쟁 현장인 비무장지대, 재난으로 인명이 희생된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현장 등이 있다. 여기에 최근 탄핵 찬반 집회 현장도 포함됐다고 한다. 외국인들이 일부러 시위 현장을 구경하고 호텔방 잡을 때도 집회 현장이 잘 보이는 ‘집회 뷰(view)’ 방을 달라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류 드라마와 K팝 성지로 세계인의 찬사를 받던 나라가 이런 꼴을 당한다. 씁쓸하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