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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세계 1위 전기차 기업, 중국 BYD가 5분 충전에 400㎞를 달리는 혁신적 충전 시스템을 개발했다. 테슬라보다 충전 속도가 2배 빠르다. BYD 창업자는 “가솔린차 주유 시간만큼 짧아졌다”고 자랑했다. 독일 아헨공대에서 테슬라와 BYD의 배터리를 뜯어본 결과, 소재·형태·조립 방식이 완전히 달랐다고 한다. BYD 배터리는 값싼 재료를 썼음에도 발열이 적은 반면 에너지 밀도가 낮은 게 단점이었는데, 이젠 이 단점까지 극복한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중국과학기술대학에서 수퍼컴퓨터보다 계산 속도가 1000조 배 빠른 105큐비트 초전도 양자 컴퓨터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구글이 작년 10월 공개한 양자 컴퓨터보다 연산 속도가 100배 빠르다. 미국이 반도체 제조 장비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의 대중 수출을 금지하자, 중국 칭화대 연구팀은 입자가속기를 활용해 극미세 회로를 새길 수 있는 새 광원(光源)을 찾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중국 자체 장비로 최첨단 반도체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중국의 놀라운 과학기술 굴기의 원천은 무엇일까. 비결은 이공계 영재 양성 시스템에 있다. 초등 4학년 때 2000만명을 대상으로 시험을 쳐서 0.5%를 걸러내 영재학교 70곳으로 보낸다. 영재학교에선 4~5년간 수학·물리·화학을 대학 수준까지 가르친다. 고교에 진학할 때 천재들이 또 한 번 걸러진다. 베이징대 등 6개 명문 대학이 천재 1200명을 ‘소년반’으로 뽑아 최고 석학에게 이공계 과목을 배우게 한다. 이 밖에 베이징대 등 명문 대학들이 입학생 중 상위 20%를 ‘천재학과’로 편제해 이공계 인재로 키우는 프로그램도 있다.

▶저비용 고성능 AI(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해 세계를 놀라게 한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40)은 저장대 천재학과 출신이다. KAIST 김정호 교수는 “딥시크는 기존 기술을 조합해 수학적으로 최적화한 모델”이라고 설명한다. 이(엔비디아 GPU) 대신 잇몸(뛰어난 두뇌)으로 때워 이룬 성취라는 얘기다. 세계 1위 드론 기업 DJI, 휴머노이드 제조사 유니트리, 반도체 설계 기업 한우지 창업자도 천재 양성 프로그램이 만들어낸 인재들이다.

▶량원펑은 스타트업이 어떻게 초엘리트 인재를 모을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최고 인재들이 가장 끌리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했다. 수재들이 난제에 도전하기보다 안온한 의사의 길을 선택하는 한국이 ‘과학기술 천재’를 쏟아내는 중국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눈앞이 캄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