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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영화 ‘인터스텔라’에선 인류를 구하기 위해 우주 탐험에 나선 과학자 부녀가 나온다. 아빠 우주인 쿠퍼가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오자 딸 머피는 고령의 할머니가 돼 병상에 누워 있다. 쿠퍼가 블랙홀을 지나 도달한 미지의 행성에선 중력 등의 차이 탓에 시간이 느리게 흘러 그곳의 1시간이 지구의 7년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중력이 크고 속도가 빠를수록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우주선 속도가 빛의 속도(시속 10억㎞)에 가까워지면 시간의 흐름도 0에 가까워진다. 시속 2만7000㎞로 지구를 돌고 있는 우주정거장(ISS)에서 1년을 머무르면 지구인보다 100분의 1초 젊어지는 효과가 있다. 2015년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520일간 우주에서 체류한 우주 비행사 스콧 켈리와 그의 쌍둥이 형 마크 켈리의 신체 변화를 비교한 결과, 스콧의 ‘장수 유전자’ 텔로미어가 조금 길어져 주목을 끌었다. 다만 지구 귀환 후 금방 다시 짧아져 의미를 부여하긴 어려웠다.

▶우주선 고장으로 ISS에 9개월 동안 발이 묶여 있다 지구로 귀환한 우주 비행사 수니 윌리엄스(59)가 급격히 노화된 모습을 드러냈다. 짙은 갈색 머리가 백발이 되고, 얼굴 주름도 훨씬 깊어졌다. 미세하게나마 시간이 느리게 갔는데 젊어지긴커녕 오히려 늙은 모습이라니. 왜 그럴까. 의학자들은 극한의 우주 환경이 주는 스트레스가 노화를 촉진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사람이 장기간 우주에 머물면 근육·뼈·뇌와 장내 박테리아 등 신체에 변화가 생긴다. 중력이 몸을 당기지 않아 근육이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우주에 2주일만 머물러도 근육량이 20% 감소한다. 뼈의 부담도 줄어 골밀도는 한 달에 1~2%씩 줄어든다. 그래서 우주 비행사에게는 하루 2시간 30분씩 강도 높은 근육 운동을 해야 하는 의무가 주어진다. 무중력 탓에 혈액이 머리로 많이 쏠리고 시신경이 압박을 받아 시력이 나빠지는 경우도 많다. 음식 종류가 제한되고 우주 방사선에 많이 노출되는 탓인지 장내 박테리아 구성도 달라진다고 한다.

▶일론 머스크가 꿈꾸는 지구인의 화성 이주가 실현되려면 인체가 장기 우주 여행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현재의 우주선 기술로는 화성 왕복 우주 비행은 2~3년 걸린다. 해법 중 하나가 공상과학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인간 동면(冬眠)’이다. 겨울잠 동물들은 추위 속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수개월을 견딘다. 인간도 겨울잠을 잘 수 있다면 장거리 우주 여행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