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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개봉한 미국 영화 ‘온리 더 브레이브’는 거대한 산불로부터 한 마을을 지키려는 소방관들의 헌신을 담았다. 2013년 6월 발생한 애리조나주 ‘야넬힐 산불’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들은 산불 발생 초기에 방어선을 구축하는 최정예 엘리트 소방관(핫샷)이었다. 그럼에도 갑자기 방향을 바꾼 강풍을 타고 덮친 초대형 산불에 갇혀 19명 전원이 사망했다.

일러스트=이철원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진화대원 등 4명이 숨지고 5명이 중화상을 입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그동안 산불로 인한 인명 피해는 대개 고령층 등이 미처 대피를 못 하거나 주택 등 폐쇄 공간에 있다가 질식 등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왜 일종의 개활지인 산에서 진화대원이 사고를 당한 것일까.

▶산은 경사지여서 바람이 변화무쌍한 곳이다. 불이 번지는 속도도 평지와 비교할 수 없이 빠르다. 산청 사고 당시엔 초속 11∼15m의 강풍이 불었다. 몸이 흔들릴 정도의 강한 바람이다. 산불은 대개 아래쪽에서 정상 쪽으로 향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바람 방향이 급변하거나 회오리바람이 불면 예측 불가여서 굉장히 위험하다. ‘비화(飛火)’라고 부르는 숯덩어리가 이 산 저 산으로 불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불씨가 도깨비불처럼 이곳저곳으로 날아들었다”고 한 것이 이 비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비화는 1~2㎞까지 날아갈 수 있다.

▶산불을 끄다 퇴로가 막힐 경우 암석 지대 같은 탈 것이 적은 곳, 이미 불에 탄 지역으로 대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마저 여의치 않을 경우 땅을 파거나 웅덩이를 찾아 들어가 산불이 지나가는 것을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 산청 산불에서 부상을 입은 5명은 땅이 움푹 파인 웅덩이에 들어가 20분을 버텨 살아남았다. 산불이 났을 때 보통 500~600도, 최대 1300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 1300도는 도자기를 굽는 가마 온도와 비슷하다. ‘온리 더 브레이브’에서 소방관들은 알루미늄 소재로 열을 반사하는 ‘방염 텐트’를 쓰고도 전원 사망했다. 산청 부상자들은 천운인 셈이다.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산불이 점점 잦아지고 대형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산불은 한번 발생하면 끄기도 어렵고 어디로 번질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작은 산불을 빠르게 찾아내 진화하는 것이 가장 좋은 소방 대책이다. 무엇보다 산불 진화 작업의 최우선은 진화대원들의 안전이다. 이번 산불로 숨진 4명의 명복과 화상을 입은 5명의 쾌유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