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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일러스트=이철원

올해 마스터스 골프 대회 우승자 로리 매킬로이는 “남은 생에 오직 한 골프장에서만 플레이 해야 한다면”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을 택하겠다고 했다. “지구상에 더 아름다운 코스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부분 선수들 생각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매년 마스터스를 개최하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은 그림 같은 풍경과 완벽한 코스 관리로 ‘천국의 골프장’이란 평을 받는다. 1930년대 문을 연 오거스타 내셔널은 다른 골프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코스 관리팀 자체가 모두 세계 최고 전문가들이다. 마스터스 기간엔 세계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모여드는데, 선발되려면 충분한 업계 경험에 신뢰할 만한 추천서가 필수다. 이들은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면서 대회 중 손상된 골프장 전체를 완전히 복구한다.

▶오거스타 내셔널이 1990년대 가장 먼저 도입한 ‘서브에어 시스템’은 요즘엔 야구장, 미식축구장에서도 쓴다. 그린 아래 지하 시설에 파이프, 펌프, 송풍기가 설치돼 잔디를 관리한다. 잔디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고, 그린 습도가 높으면 진공청소기처럼 물을 끌어당겨 빼낸다. 그린 주변 잔디를 서로 다른 높이로 깎을 수 있는 특수 기계도 개발했다. 이 정성이 주차장 바닥보다 빠르다는 오거스타의 유리알 그린을 만들었다. 이 그린이 ‘마스터스의 정신’으로 불리기도 한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사실상 마스터스 대회만을 위해 존재한다. 골프장 워터 해저드의 환상적인 밝은 초록색은 물감의 도움을 받는다. 벙커에 있는 눈부신 흰 모래는 반도체 관련 물질을 추출하고 남은 것으로, 다른 주에서 수송해 온다. 페어웨이에서 티박스 쪽을 향해 한 방향으로 잔디를 깎아 TV 화면에 골프장 전체가 녹색 융단처럼 보이게 한다.

▶마스터스는 관객도 지켜야 할 규칙이 많다. 휴대폰, 라디오, 카메라, 태블릿, 깃발 등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사진 찍기 바쁜 다른 대회들과 달리, 눈앞에 펼쳐지는 경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다른 홀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도 실시간으로 알 수 없다. 이것이 선수들에게도 경기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오랫동안 여성을 회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전통을 고수했다. 결국 부시 행정부 국가안보 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가 2012년 첫 여성 회원이 됐다. 너무 지나친 듯도 한 골프장의 완벽주의이지만, 매년 4월 세계 골퍼들의 시선은 이곳으로 모이고 거기서 낭만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