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중국인 10억명이 시청하는 CCTV의 설 특집 쇼에 휴머노이드(2족 보행 인간형 로봇)의 안무가 등장했다. 영화감독 장이머우가 연출한 ‘양(秧)봇(Bot)’이라는 공연에서 휴머노이드 16대가 사람 무용수 16명과 중국 동북 지역의 전통 무용인 ‘모내기춤’을 춘 것이다. 로봇들은 손수건을 던졌다가 다시 받는 등 고난도 동작을 완벽하게 수행해 관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로봇 무용수는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가 만든 휴머노이드였다. 유니트리 창업자 왕싱싱(35)은 저장 이공대학 출신으로 세계 최대 드론 기업 DJI에서 기술자로 일하다 2016년 로봇 기업을 창업, 기업 가치 10억달러가 넘는 유니콘 기업으로 키웠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그가 만든 4족 보행 로봇이 원반 던지기 경기에서 ‘원반 운반 요원’으로 활약해 세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중국의 로봇 기업 70만곳이 세계 산업용 로봇의 50% 이상을 공급할 정도로, 중국 로봇 산업은 압도적 경쟁력을 자랑한다. 중국산 휴머노이드의 생산원가는 테슬라 ‘옵티머스’의 절반도 안 된다. 2035년엔 200조원대로 급성장할 시장을 보고 이공계 천재들이 대거 휴머노이드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화웨이에서 ‘절대 넘어지지 않는 자율 주행 자전거’를 만들어 괴짜 발명가로 이름을 떨친 펑즈후이(32)도 로봇 기업을 창업, 1년 만에 테슬라 옵티머스와 대등한 수준의 인공지능(AI) 로봇을 선보였다.
▶지난 주말 중국 베이징에서 세계 최초의 로봇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로봇 21대가 참가해 하프 코스(21㎞)를 달렸다. 우승은 2시간 40분 42초를 기록한 ‘톈궁’이 차지했다. 키 180㎝, 몸무게 52㎏의 톈궁은 코스 내내 시속 8~9㎞를 유지하며 안정적 주법을 선보였다. 기술진은 “인간의 마라톤 주법을 학습시킨 알고리즘 덕분”이라고 했다.
▶엔비디아 창업자 젠슨 황은 인공지능 다음의 기술 최전선은 ‘피지컬(physical) AI’라며 휴머노이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휴머노이드 기술의 승부처는 인간의 ‘손’을 얼마나 정확히 구현하느냐로 좁혀지고 있다. 아직 손가락 제어 기술이 자동차 생산 라인에서 전기 배선 작업을 할 수준까진 이르지 못한다. 피지컬 AI 경쟁력의 원천은 생산 현장의 근로자 행동 데이터이기 때문에 ‘세계의 공장’ 중국이 어느 나라보다 유리하다. 여기에 수많은 이공계 천재가 양적·질적으로 경쟁국을 압도하고 있다. 중국의 ‘로봇 굴기’는 가속도가 붙을 게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