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 중국 한족의 영역은 황하(黃河) 일대에 그쳤다. 진시황이 처음 통일했을 때 중국 영토는 지금의 5분의 1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한족은 자기들이 세계 중심이고, 천하(天下)는 황제가 다스려야 한다고 여겼다. 이런 사고방식이 한족에겐 자연스럽다. 제국주의 뿌리가 깊은 것이다. 농경민족이라 땅 욕심도 컸다. 몽골족 등 이민족이 중원을 차지한 뒤 영토를 넓혔는데 한족은 이를 전부 ‘중국 땅’이라 주장한다.
▶가장 넓었던 중국 강역은 청나라 건륭제 때였다. 신장·티베트를 넘어 지금의 ‘스탄’ 일부와 몽골·대만·연해주까지 통치했다. 현재 중국 영토보다 30% 이상 넓다. 그런데 아편전쟁 등을 겪으며 영토를 잃기 시작했다. 러시아에 헤이룽강 이북과 연해주를 넘겼다. 해삼이 많아 해삼위(海參崴)로 부르던 지역은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가 됐다. 국민당과 내전을 치러 대만도 상실했다. 중국 공산당은 건륭제 때 영토 회복을 ‘권리’로 여긴다. 대만과 연해주가 1차 목표다.
▶시진핑이 2014년 독일에서 “중국은 다른 나라를 침략한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고 했다. 중국 교과서에서도 ‘남을 공격했다’는 내용은 찾기 어렵다. 1949년 공산군이 티베트를 왜 침공했느냐고 물으면 “티베트 인민을 해방한 것”이라고 답한다. 고구려는 중국 지방 정권이라, 침략한 것이 아니라고 가르치는 게 ‘동북 공정’이다. 주변국 영토를 숱하게 빼앗아 놓고도 중국 정신 세계에선 내전(內戰)일 뿐이다. 중국이 APEC을 개최했을 때 당 기관지는 “만방래조(萬邦來朝)”라고 했다. 주변국(만방)이 조공(朝貢)을 바치러 중국에 온다는 뜻이다.
▶중국은 유목민 침략에 대처하려고 바다 진출을 막는 ‘해금(海禁) 정책’을 썼다. 그랬다가 아편전쟁, 청일전쟁 등 해전(海戰)에서 참패하고 고난의 역사를 겪었다. 중국 ‘해군의 아버지’라는 류화칭 사령관이 1980년대 ‘해양 강국’ 개념을 제시했다. 바다 영토가 땅만큼 중요해졌다. 중화 부흥을 내세운 시진핑은 2012년 집권 직후 남중국해에 ‘인공 섬’부터 만들었다. 명나라 정화의 남해 원정 역사책을 꺼내 들고 남중국해 85%가 중국 바다라고 우기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이어 서해에도 ‘인공 섬’ 알박기를 시작했다. 넓은 영토가 있는데도 주변 땅과 바다를 끊임없이 탐하는 것은 중화 DNA에 각인된 제국주의적 확장 본능 때문이라고 본다. ‘이웃을 침략한 적 없다’고 강변하고도 태연한 것이 중국 정신세계다. 대응하지 않으면 더 노골적으로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