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레오폴드 부아이, 우동의 스튜디오, 1804년경, 캔버스에 유채, 파리 장식미술관 소장.

루이 레오폴드 부아이(Louis-Léopold Boilly·1761~1845)는 프랑스 왕조시대에 천재 화가로 태어나 열두어 살 때부터 활동하면서 대혁명, 제1 제정, 왕정 복고에 이어 7월 왕정에서 생을 마감했다. 세상이 여러 번 뒤집히는 격동의 시기를 거치며 초상화가로 살았으니 그의 작품에는 새로운 사회의 변화된 가치관과 이상적 인물상이 잘 드러난다.

부아이의 ‘우동의 스튜디오’는 초상 조각가와 그 가족을 그린 초상화다. 선반을 가득 채운 수많은 인물 흉상이 내려다보는 가운데 모델을 단상 위에 앉혀 두고 찰흙을 주물러 또 하나의 흉상을 만들고 있는 사람이 바로 장 앙투안 우동(Jean Antoine Houdon·1741~1828). 그는 18세기 최고의 조각가로 디드로, 루소, 볼테르, 조지 워싱턴, 나폴레옹 등이 그 손을 통해 얼굴을 후세에 남겼다. 지금 모델이 된 사람은 천문학자이자 수학자, 물리학자로 뛰어난 업적을 이뤄 ‘프랑스의 뉴턴’이라고 불리는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다. 이처럼 우동 조각의 주인공은 라플라스지만, 부아이 초상화의 주인공은 흰 드레스를 맞춰 입고 그림의 절반을 차지한 우동의 아내와 세 딸이다. 아내는 라플라스와 마주 보고 같은 의자에 앉았고, 등받이에 손을 얹은 큰딸 사빈은 화면 밖을 내다보며 관객들의 눈길을 끈다. 우동의 뒤, 높은 대좌에는 그의 인생작인 볼테르의 좌상이 놓여있다. 혁명의 시대를 열었던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 태양계의 천체 운동을 수학적으로 설명한 자연과학자 라플라스, 그리고 세 딸의 어머니인 아내가 이루는 삼각형 안에서 우동은 여유 있는 표정으로 새 작품을 만들고 있다. 일과 가정, 사회와 과학, 사상과 현실이 조화로운 세계, 그것이 수많은 당대 인물을 그려낸 미술가 우동과 부아이의 이상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