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은 자연현상에 대항하는 작은 오브제다. 햇볕과 비를 막아 주며 쉽고 아늑하게 천장을 만든다. 제주도 해녀촌의 야외 포장마차나 남대문의 노점상도 우산 하나면 독립된 영역을 갖춘 공간이 된다. 우산은 많은 화가의 소재로도 쓰였다.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조르주 쇠라의 ‘그랑드자트섬의 일요일 오후’가 대표적이다. 공원에 머무는 여성들은 표정은 없지만 우산으로 자신의 영역과 개성을 표현하고 있다.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헤겔의 휴일’은 펼쳐진 우산 위에 빗방울 대신 유리 잔 속의 물을 얹어 철학적 의미를 표현했다. 우산은 영화 ‘셸부르의 우산’의 배경 소품으로,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진 켈리의 길거리 탭 댄스 장면 소품으로도 장면의 흐름을 지휘했다. ‘태양의 서커스’ 공연 ‘퀴담(Quidam)’에서 우산을 쓴 신사는 이 작품의 간판 이미지다. 얼굴이 없음에도 존재의 강렬함이 풍기는 것은 우산이 만든 보이지 않는 공간의 에너지다.

박진배 공간과 스타일 사진

우산은 기능을 넘어 예술적 가치도 지닌다. 파리의 ‘르 빌리지 로얄’ 쇼핑 거리를 필두로 세계 곳곳에서 우산 설치 예술이 유행하고 있다. 하늘에서 우산을 펼치고 하강하는 메리 포핀스의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은 ‘엄브렐러 스카이 프로젝트(Umbrella Sky Project)’가 대표작이다. 2011년 포르투갈에서 시작된 이 작품은 골목길의 하늘을 기하학 패턴을 형성하는 우산의 물결로 덮으며 그 아래에는 쾌적한 그늘을 선사했다. 마법처럼 사람들을 불러 모았고 주변 상권을 부흥시켰다. 특히 인스타그램의 화려한 배경으로 인기를 끌면서 세계 여러 도시로 확장되었다.

멋진 우산은 우아함을 제시하고 패션을 완성한다. 도시의 풍경과 분위기도 바꾼다. 비오는 날도 로맨틱하다는 파리가 대표적인 예다. 부슬비를 가두는 광장, 돌바닥에 부딪히는 빗방울과 안개, 반사되는 가로등 불빛 속에서 우산을 쓴 사람들은 도시의 배경으로 스며든다<사진>. 일상에서 유일하게 하늘과 소통하는 소품, 비 오는 날 이 세상에 ‘물’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 우리 곁에 우산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