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어떻게 사회를 바꾸고 있을까. ‘포스트 코로나19(Post Covid19)’와 ‘새로운 표준(New Normal)’ ‘언택트’로 대표되는 비대면적 상황은 불가피했지만 이젠 고착화되고 있다. 그로 인한 물리적 단절은 디지털 기술이 메워주고 있다. 이미 빠르게 진행되던 빅데이터·인공지능에 기반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은 코로나와 함께 더 깊숙하게 사회 곳곳으로 침투하고 있다.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 우리 국민 중 83%는 지금 겪는 코로나19가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는 시간을 단축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그렇게 단축될 미래의 시간이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80%)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명암이 있다. 같은 조사에서 코로나19를 통해 우리 사회의 정보 격차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51%)이란 우려도 나타나고 있었다.
“디지털 전환이 우리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정보 격차 문제는 심각해질 것이다?” 달리 얘기하자면, 기존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정보 격차는 디지털 전환을 통해 확대될 것이지만,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고민이 깊어지는 지점이다.
코로나가 가속화한 디지털 격차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매일 마주하는 현실은 다르다. 정보 격차는 디지털 격차의 다른 말이다. 지식·정보에 대한 접근과 활용이 경제적 상황이나 성·연령·지역별로 불균형하게 나타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정보 격차가 단순히 정보 활용 차이에서 머무른다면 다소간 불편을 감수하는 정도에서 그칠 것이다. 하지만 시간 경과에 따라 기존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면 격차 해소를 위한 사회적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디지털 기기 활용에 능숙한 계층은 앱으로 지점별 마스크 재고량을 확인한 다음, 구매하러 나가지만 그렇지 않은 연령대는 무작정 약국 앞에서 줄을 서거나 이미 다 팔린 곳에서 문을 두드린다. 명절 기차표 예매를 앱으로 끝내는 세대와 서울역에 가서 줄 서서 사는 세대 간 벌어지는 디지털 불평등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이런 디지털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9월 17일까지 코로나19와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민원 33만3562건을 분석해보니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3가지 민원 유형은 방역과 생활, 그리고 교육이 주제였다. 1차 대유행 시기에는 ‘중국발 입국 제한’ ‘신천지 등 집단 모임 폐쇄·금지’ ‘외국인 카지노 등 다수가 모이는 장소 방역 강화’ 등 방역 관련 민원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2차 시기로 접어들면서는 방역과 생활 민원이 비슷한 수준이었다. 생활 민원은 ‘여행·결혼식 등 취소·연기에 따른 수수료·환불 분쟁’ ‘경기 악화로 인한 중소상공인과 근로자 지원’ 등이었다.
주목할 점은 교육 관련 민원이 시기에 관계없이 꾸준하게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부분이다. 민원은 불편과 불만이 있어야 나타난다. 그만큼 교육 영역에서 시도된 제도의 운영에 혼란과 불안이 지속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온라인 수업과 관련하여 주간 학습 안내와 일일 학습 안내 내용이 달라 학부모 입장에서는 이런 혼란이 부담스럽다’를 비롯해 ‘등교 개학 연기와 온라인 개학에 따른 불편 사항’이나 ‘대학교 등 등록금·기숙사비 환불’ 등이 자주 등장했다. 더불어 코로나가 야기하는 다양한 교육 현장 격차에 대한 불안감이 깊어지고 있었다.
교사들은 코로나 이후 온라인 수업 일상화에 따라 디지털 콘텐츠 생산자로 변모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일단 이런 온라인 공간에 익숙하지 않는 교사들은 자연스레 경주에서 뒤로 밀린다. 수업이 교실의 벽을 넘어 온라인에 ‘공개(open)’되면서 비교 가능한 콘텐츠로 대상화된다는 건 교사들에겐 강박이다. 온라인 맞춤형 수업 진행과 교안 마련을 위해 부가적인 노고를 들이는 것도 힘들지만,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 차이가 교사 자질 차이로까지 확대 해석된다는 건 전과 다른 부담이다.
학생들도 마찬가지. 학교 교실에서 제공하던 평등화 효과는 이제 온라인에선 통하지 않는다. 디지털 접속 시설 환경에 따라 교육 수용의 질이 달라지고 부족한 학습량을 사교육으로 메울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결정적인 차이로 작용한다. 학교는 문을 닫지만 대치동 학원가는 여전히 불야성이다. 원만한 디지털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어 온라인 접속이 가능한 공공시설과 카페가 문을 닫으면 막막해진다. 비대면 수업은 교사가 아무리 열심히 가르쳐도 학생들이 얼마나 이해했는지 꼼꼼히 따지기 쉽지 않다. 결국 상·하위권 학생 간 격차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 교육 현장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국민권익위 민원 창구에서 꾸준히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디지털 대전환 속 소외층 관심 늘려야
코로나19라는 겪어보지 못한 고통의 시간 속에서도 우리 국민은 잘 이겨내고 있다. 그렇기에 급변하는 디지털 대전환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정보 격차는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대전환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새로운 배제와 불평등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판단된다. 코로나19와 디지털 대전환을 겪으며 사회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겠지만 ‘나’는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사회는 발전하지만, 그 속의 개인은 힘들어지고, 불평등의 정도가 커진다면 좋은 사회라 할 수 없다. 코로나19라는 불확실성의 통제만으로도 정부는 버거울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운 배제와 불평등의 양상을 세심히 살피려는 노력 역시 중요하다. 많은 관심과 지속적인 우려가 나타나는 교육 영역에서부터 시작해보자. 공정과 포용의 틀에 기반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