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6일은 우생학과 인연이 깊은 날이다. 우생학은 영어로 ‘eugenics’라 하는데, ‘우월한’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eu’와 ‘태생’을 의미하는 ‘genos’가 합쳐진 말로 ‘우월한 태생에 관한 연구’라는 뜻이다. 이 말을 처음 만든 영국의 생물통계학자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은 사촌인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을 적용하면 미래 세대 인류를 질적으로 향상 또는 저하시킬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 같은 긍정적 혹은 부정적 우생학 개념과 제안은 플라톤의 ‘국가론’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플라톤은 우월한 사회를 만들려면 상류층만 자식을 낳고 하류층은 자식 낳기를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싱가포르 리콴유 전 총리는 “우수한 교육을 받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만 아이를 낳아야” 국가가 발전한다며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는 저소득층 여성이 불임 수술을 받으면 아파트 계약금을 지원했다.
1822년 2월 16일 프랜시스 골턴이 태어났다. 이어서 1834년에는 에른스트 헤켈, 1891년에는 한스 귄터가 탄생했다. “개체 발생은 계통 발생을 되풀이한다”는 명제로 유명한 헤켈은 과학적 인종주의를 옹호했다. 하버드대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헤켈의 연구가 훗날 나치 이데올로기의 초석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헤켈의 전통을 이어받은 귄터는 히틀러가 권력을 쥐기 1년 전부터 나치당에 가입해 아리안(Aryan) 민족주의 우월 사상의 정신적 지주로 군림했다. 히틀러의 서재에는 그의 책이 여섯 권이나 꽂혀 있었다고 한다.
나치의 만행으로 우생학은 학계에서 거의 퇴출되다시피 했지만 사실 우생학은 그 자체로는 손색없는 과학이다. 그러나 태아의 성을 감별해 낙태 시술을 하는 행위나 유전자를 선별적으로 제거 또는 조작할 수 있는 유전자 가위(CRISPR) 기술 개발 등 우생학의 언저리에는 늘 이데올로기 바이러스가 넘실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