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계박물관의 날’이다. 국제박물관협의회(ICOM)는 “박물관은 문화 교류, 문화 융성, 그리고 사람들 간의 상호 이해, 협력 및 평화 증진의 중요한 매체”라는 취지로 1977년부터 매년 5월 18일 즈음에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한국박물관협회는 오는 21일 ‘박물관의 미래: 회복과 재구상’이라는 주제로 국제 학술 대회를 개최한다. 나는 이 대회의 기조 발표를 맡아 20분짜리 짧은 강연에 미래, 문화 생태계, 지속 가능한 발전, 다양성, 기후변화 등의 키워드들을 녹여내야 한다.

나는 또한 문화체육관광부 요청으로 ‘국립자연사박물관 자료 수집 및 건립 계획 실행 연구’ 용역 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한 국가의 박물관 체제가 이해, 협력, 평화 증진의 매체 역할을 수행하려면 두 축을 구축해야 한다. 인간과 자연 혹은 내가 이 칼럼 제목으로 설정한 자연과 문화가 그 두 축이다. 인간 혹은 문화 방면으로는 2005년 지금의 용산공원 남단으로 이전해 개관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위용이 우리 민족의 자부심을 대변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으로 경제 규모 세계 10위인 대한민국에는 아직도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없다. 1995년 김영삼 정부가 건립 계획을 발표한 이래 사반세기가 흘렀건만 우리는 여전히 이 국치를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도 결국 자연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벌어진 재앙이라는 걸 모르는 국민이 없는 마당에 더 이상 머뭇거릴 까닭이 없다.

미국 유학 생활 15년을 한결같이 자연사박물관에서 보내고 귀국한 내게 1995년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 계획 발표는 국가가 베푼 최고의 선물이었다.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과 내 삶은 운명처럼 얽혀 있다. 내 기력이 쇠잔하기 전에 꼭 만들고 싶다. 기획재정부 예산 담당 공무원들에게 들려주고픈 트로트 곡이 있다. ‘내 인생에 태클을 걸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