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미 정상 기자회견의 마지막 질문은 뜬금없이 미확인 비행물체(UFO)에 대한 것이었다. 미국이 UFO를 보관하고 있고 심지어 외계인과도 교류가 있다는 음모론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UFO의 존재를 믿는 이들에게 역사적 증거 중 하나로 손꼽히는 그림이 바로 네덜란드 화가 애르트 데 겔더(Aert de Gelder·1645~1727)의 ‘예수 세례’다.
성경에 의하면 예수는 요르단강에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았는데, 그때 하늘이 열리며 성령(聖靈)이 비둘기처럼 머리 위로 강림하고 기꺼워하는 하느님의 음성이 들렸다고 한다. 기독교 미술의 중요 주제 중 하나인 이 장면은 대체로 예수께서 물 가운데 서 계시고 하늘에서 밝은 빛과 함께 비둘기가 내려오는 식으로 그려졌다. 물론 하늘이 동그랗게 열리고 하느님의 얼굴이 직접 드러나는 그림도 많다. 따라서 황야에 군중이 모인 가운데 예수께서 물에서 걸어 나오는 장면을 그린 데 겔더의 이 그림 또한 기존 도상의 전통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하늘이 열린 모양이 흔히 UFO 하면 떠오르는 비행접시처럼 생겼고 공중에 정지한 채 비둘기와 함께 강렬한 광선을 내리쏘는 듯 보인다는 점이다. 데 겔더가 UFO의 목격자였던 걸까.
데 겔더는 렘브란트의 마지막 제자 중 한 사람으로, 따뜻한 황갈색이 주조를 이룬 화면 가운데에 천천히 밝아오는 듯 어렴풋한 빛의 효과에서 스승의 영향이 뚜렷이 보인다. 사실 18세기에 이르도록 구세대로 여겨지던 스승의 화풍을 유지하고, 종교개혁 이후의 네덜란드에서 줄곧 가톨릭 성화를 그렸던 그가 당대에는 외계인처럼 특이한 화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