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르트 데 겔더, 예수 세례, 1710년경, 캔버스에 유채, 48.3x37.1㎝, 영국 캠브리지 피츠윌리엄 미술관 소장. Baptism of Christ,. Gelder, Aert (Arent) de (1645-1727). Oil on canvas, height 48.3㎝, width 37.1㎝, circa 1710.

지난주 한·미 정상 기자회견의 마지막 질문은 뜬금없이 미확인 비행물체(UFO)에 대한 것이었다. 미국이 UFO를 보관하고 있고 심지어 외계인과도 교류가 있다는 음모론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UFO의 존재를 믿는 이들에게 역사적 증거 중 하나로 손꼽히는 그림이 바로 네덜란드 화가 애르트 데 겔더(Aert de Gelder·1645~1727)의 ‘예수 세례’다.

성경에 의하면 예수는 요르단강에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았는데, 그때 하늘이 열리며 성령(聖靈)이 비둘기처럼 머리 위로 강림하고 기꺼워하는 하느님의 음성이 들렸다고 한다. 기독교 미술의 중요 주제 중 하나인 이 장면은 대체로 예수께서 물 가운데 서 계시고 하늘에서 밝은 빛과 함께 비둘기가 내려오는 식으로 그려졌다. 물론 하늘이 동그랗게 열리고 하느님의 얼굴이 직접 드러나는 그림도 많다. 따라서 황야에 군중이 모인 가운데 예수께서 물에서 걸어 나오는 장면을 그린 데 겔더의 이 그림 또한 기존 도상의 전통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하늘이 열린 모양이 흔히 UFO 하면 떠오르는 비행접시처럼 생겼고 공중에 정지한 채 비둘기와 함께 강렬한 광선을 내리쏘는 듯 보인다는 점이다. 데 겔더가 UFO의 목격자였던 걸까.

데 겔더는 렘브란트의 마지막 제자 중 한 사람으로, 따뜻한 황갈색이 주조를 이룬 화면 가운데에 천천히 밝아오는 듯 어렴풋한 빛의 효과에서 스승의 영향이 뚜렷이 보인다. 사실 18세기에 이르도록 구세대로 여겨지던 스승의 화풍을 유지하고, 종교개혁 이후의 네덜란드에서 줄곧 가톨릭 성화를 그렸던 그가 당대에는 외계인처럼 특이한 화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