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른 겨울 벌판에서 아이들이 높이높이 연을 날린다. 탁 트인 하늘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이 그림은 놀랍도록 크기가 작다. 가로가 웬만한 어른 손바닥보다 좁은 고작 12㎝. 그런데도 화가는 좁은 폭에 비해 유난히 긴 화면을 만들어 높이감을 살렸다. 자유롭게 붓을 놀려 그려낸 흙의 질감과 붓 터치 몇 번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아이들의 흰 셔츠 소매를 보면 이토록 작은 화폭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당시 신생국이던 바이에른 왕국의 수도 뮌헨에서 나고 자란 카를 슈피츠베크(Carl Spitzweg·1808~1885)는 신문 삽화가로 시작해 평범한 이들의 일상을 동화처럼 아기자기하게 그린 그림으로 큰 인기를 누렸으나 종종 이처럼 대담한 스타일의 풍경화를 남기기도 했다. 성공한 독일 지역 화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그는 원래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약학을 공부하고 약사가 됐다. 섬유와 향료 등 사치품 수입으로 거부(巨富)를 이루고 정계에 진출, 뮌헨 최초 여학교를 설립하기도 했던 그의 아버지가 미리 정해둔 길이었다. 엄격하고 강압적이며 예술과는 거리가 멀었던 아버지는 장남에게 사업을 물려주고, 둘째 카를은 약사, 막내인 셋째 아들은 의사를 만든다는 큰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계획대로 되는 인생이 있던가. 불행히도 그는 일찍 세상을 떠났고, 그 이듬해 이십 대였던 장남도 역병으로 사망했다. 카를은 어머니가 사업가와 재혼해 회사를 떠맡은 뒤 서른이 넘어서야 화가가 될 수 있었다.
비좁은 화면을 뚫고 위로 오른 화가의 연은 뜻을 거스를 수 없었던 아버지의 울타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그때 그 어린 소년들의 마음을 싣고 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