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올림픽을 보면 얼음판과 눈밭에서 할 수 있는 게임의 가짓수에 놀라게 된다. 강추위를 놀이로 극복하려는 의지는 현대인만의 것이 아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겨울 풍경 전문 화가였던 헨드릭 아베르캄프(Hendrick Avercamp·1585~1634)가 남긴 수많은 작품 속, 꽁꽁 얼어붙은 운하는 스케이트를 타고 썰매를 지치는 이들로 북적인다. 심지어 당시는 ‘소(小)빙하기’라고 불릴 정도로 온 지구가 한랭했다.
아베르캄프의 빙판 풍경에서 빠지지 않는 게 바로 ‘콜프’다. 눈이 얼얼하도록 희뿌연 한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멋진 옷을 차려입은 신사가 긴 채를 쥐고 얼음판에 놓인 공을 맞힐 참이다. 서너 명이 돌아가며 멀리 꽂아둔 막대를 향해 공을 쳐서 가장 적은 타수로 막대에 가까이 간 사람이 이기는 경기인 콜프는 당시 어찌나 인기가 많았던지, 도시 곳곳에서 사람들이 공을 쳐대는 통에 길가 건물에 유리창이 남아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나마 찾아낸 안전한 장소가 바로 얼어붙은 넓은 운하였던 것. 그런데 나무로 된 긴 샤프트 끝에 금속제 헤드를 붙인 ‘콜프채’나 게임 방식이 영락없이 골프를 닮았다. 흔히 골프의 발상지가 스코틀랜드라고 알려져 있지만, 혹자는 바로 네덜란드의 콜프가 당시 모직물 교역이 활발했던 스코틀랜드로 전해져서 골프가 됐다고도 한다.
아베르캄프는 청각장애가 있어 듣지도, 말하지도 못했다고 한다. 그러니 아무리 소란스러운 얼음판도 그에겐 그저 고요한 한 폭의 그림이었을 것. 그 대신 눈이 밝았다. 그 덕에 화려한 신사들 옆에서 공을 줍는 어린아이의 허름한 차림새와 멍한 표정이 뚜렷하다. 예나 지금이나 추위라고 다 같이 추운 건 아닌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