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의 성모, 1131년경, 목판에 템페라(물감의 일종), 104×69㎝, 모스크바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소장.

러시아인들이 가장 사랑하고 공경하는 성상(聖像), ‘블라디미르의 성모’다. 1131년경 동로마 제국의 총대주교가, 그리스 정교로 개종한 지 오래지 않은 동슬라브족의 키예프 공국 유리 돌고루키 대공에게 선물로 보냈다. 1155년경, 유리 돌고루키의 아들 안드레이 보골류프스키는 내전으로 분열된 키예프 공국의 여러 지역을 점령하고 성상을 자기 근거지였던 블라디미르로 옮겼다. 전설에 따르면 성상이 갑자기 공중 부양을 하니, 안드레이가 이를 키예프를 떠나겠다는 성모의 뜻으로 받들어 이동을 하는데, 마차가 블라디미르에 도달하자 말들이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아, 바로 그 자리에 교회를 세워 성상을 모셨다고 한다. 성상이 떠나자 키예프는 쇠락했고, 블라디미르가 신흥 도시로 번창했다.

1395년, 성상은 다시 모스크바로 이동했다. 모스크바 목전까지 진군한 티무르 제국을 물리치기 위해서였다. 키예프와 블라디미르는 이미 한 세기 전 파죽지세로 몰려온 몽골 제국에 함락되어 가혹한 지배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티무르는 모스크바를 점령했으되 기적처럼 그냥 돌아갔다. 그때부터 ‘블라디미르의 성모’는 ‘러시아의 수호신’이라고 불렸다. 심지어 1941년, 히틀러가 모스크바 공습을 시작하자 스탈린이 이 성상을 전투기에 태워 모스크바 상공을 선회하게 했다는 말이 있다. 물론 이 모든 기적을 뒷받침할 물적 증거는 없다. 기적이 믿음을 낳았는지, 믿음이 기적을 낳았는지는 오직 신께서 알 것이다.

작고 연약한 아기 예수를 품에 안은 성모 마리아가 슬프고도 다정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성모자께서 특정 나라 국민만을 지켜주실 리가 없다. 지금쯤 공중에 떠올라 우크라이나의 수도가 된 키예프로 되돌아갈 채비를 하실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