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류도 멸종한다.” 항간에 아인슈타인이 한 말로 알려져 있지만 검증된 사실은 아니다. 만일 그가 정말 이런 말을 했다면 그의 천재성의 한계는 어디일까? 우리가 기르는 농작물의 3분의 1은 곤충의 꽃가루받이를 통해 열매를 맺는데, 그중 80%를 꿀벌이 담당한다. 꿀벌이 사라지면 꿀은 물론, 사과, 복숭아, 아몬드 등 견과와 콩, 호박, 오이 등 채소도 함께 사라진다. 엄청난 식량 대란이 불러올 아비규환은 상상하기조차 두렵다. 물리학자가 도대체 어떻게 이런 혜안까지 지녔는지 탄복할 따름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일벌이 모두 사라져 벌집이 텅 비는, 이른바 ‘군집 붕괴 현상(CCD·Colony Collapse Disorder)’은 2006~2007년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캘리포니아 등 미국 27주에서 연속적으로 발생했다. 불과 1년 만에 미국 전역의 벌집 30% 이상이 털렸고 양봉업자 4분의 1이 손실을 입었다. 이 현상은 그 후 캐나다, 브라질, 호주에 이어 유럽 전역으로 번지더니 드디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기이하게도 다른 나라에서는 대개 여왕벌과 애벌레는 남겨두고 일벌만 사라졌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여왕벌까지 깡그리 자취를 감췄다.

지난 15년간 과학자들은 전자파, 살충제, 흡혈 진드기, 바이러스, 곰팡이, 그리고 지구온난화까지 용의 선상에 올려놓고 데이터를 분석했지만 아직 주범을 가려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살충제와 바이러스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심각하게 나타났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또한 현대인의 방만한 생활 습관과 그로 인한 기후변화가 원인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꿀벌은 환경 단체 ‘어스 워치(Earth Watch)’가 지구에서 가장 대체 불가능한 생물로 선정한 다섯 가운데 플랑크톤·박쥐·균·영장류를 앞질러 단연 으뜸이다. 식물에는 그저 큐피드가 사라지는 것이지만 우리는 ‘수확의 여신’ 데메테르를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