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대영제국의 영광은 쇠락의 길로 접어든 지 오래지만 런던은 여전히 정치⋅경제⋅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도시다. 축구 종주국 영국 안에서도 런던은 프리미어 리그 소속 팀 중 두 개를 보유하고 있는 맨체스터나 리버풀과는 비교가 안 되는 숫자의 클럽들을 보유하고 있다.
손흥민이 뛰고 있는 북런던의 토트넘, 토트넘의 라이벌이자 전통적인 명문팀인 아스널, 동런던의 터줏대감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남서 런던의 맹주 첼시. 이 네 팀은 프리미어 리그 상주 클럽이나 다름없고 여기에 크리스털 팰리스와 브렌트퍼드까지 더하면 총 6팀이 현재 20팀으로 구성된 최상위 리그인 프리미어 리그에 소속되어 있다. 이 외에도 프리미어 리그와 챔피언십 리그(2부 리그)를 오르내리는 풀럼과 퀸스파크 레인저스, 찰턴, 윔블던까지 치면 정상급 팀만 열 개 남짓이나 된다.
참고로 잉글랜드 축구는 세미 프로 포함, 6부 리그까지 수직 계열화되어 있으며 잉글랜드 축구협회가 인정한 리그는 21부 리그까지다.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가 참여하는 토너먼트 대회인 FA컵은 10부 리그까지 총 338팀이 승부를 겨룬다.
토트넘이 있는 북런던이 가난한 노동자들의 동네였다면 신흥 강호로 호령하고 있는 첼시의 연고 지역은 런던 안에서도 가장 부유한 동네이면서 예술과 유행을 주도하는 런던의 핫플레이스다. 멀리는 토머스 모어에서 스위프트와 버지니아 울프가 거쳐갔고, 가까이는 패션 리더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맬컴 매클래런이 펑크와 뉴웨이브를 주도했다.
지적이며 냉소적이고 창의성 짙은 엘비스 코스텔로가 부른 ‘Chelsea(첼시)’는 ‘작년의 모델은 사형선고를 받는’, 급속하게 교체되는 트렌드의 거리를 풍자한다. 2003년 푸틴의 오랜 측근이자 축구광인 러시아의 신흥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첼시 구단을 인수하여 막대한 투자로 팀을 정상에 올려놓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구단주 자격도 박탈되고 재산도 동결되었다. 전쟁은 축구까지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