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젠 들라크루아, 민중을 이끄는 자유, 1830년, 캔버스에 유채, 260×325㎝, 파리 루브르박물관 소장.

외젠 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1798~1863)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는 시대와 지역을 막론한 혁명의 아이콘이다. 이 그림의 배경은 1830년의 7월 혁명. 샤를 10세의 강압적인 정치와 경제위기로 불만이 증폭된 파리 시민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정부군을 제압해 왕을 몰아냈다.

지난 2018년, 사우디 왕세자가 프랑스 대통령과 이 그림 앞에 선 사진이 보도되어 화제가 됐다. 여성의 신체 노출을 엄격히 금지하는 이슬람 국가의 왕세자가 앞가슴을 훤히 드러낸 여자를 빤히 보고 있다니 말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이 여성은 인간이 아니라, ‘자유’의 알레고리다. 주검이 바닥에 나뒹구는 전쟁터에 펄럭이는 여신풍 옷을 걸친 여자가 맨발로 돌아다닐 리가 없지 않은가.

서양에서는 전통적으로 자유나 정의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표현할 때, 이를 나타내는 특정한 물건을 들고 고대의 드레스를 입은 여인으로 의인화해 그렸는데 이를 알레고리라고 한다. 그림 속, 자유의 알레고리는 해방을 상징하는 빨간 ‘프리기아 모자’를 쓰고 종래 금지됐던 공화국의 삼색기를 휘날리고 있다. 자욱한 포연 속에 소년과 중절모를 쓴 신사, 공장 노동자와 농민 모두가 총을 쥐고 일어서게 만든 건 바로 그들 모두의 이상, ‘자유’였던 것이다.

7월 혁명으로 왕이 된 루이 필리프는 즉시 이 그림을 구입했다. 그러나 부조리에 대한 저항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나타나 시민을 이끄는 ‘자유’는 그에게도 위협적이었다. 지나치게 혁명적인 이 그림은 줄곧 창고 신세를 지다가 1848년에야 다시 세상에 나왔다. 그해 2월 혁명으로 루이 필리프가 실권한 다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