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 laugh, Love’가 수록된 음반

생선살 혹은 생선 한 마리를 통째로 튀김옷 입혀 기름에 튀긴 것에 감자튀김을 곁들여 내는 피시앤드칩스(fish and chips)는 영국의 국민 음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음식에 관해선 할 얘기가 별로 없는 영국이지만 이 단순한 요리는 영연방 국가를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식에 속한다.

주로 대구와 넙치 등의 생선을 쓰지만 생선 종류가 제한된 것은 아니다. 명태나 메기 같은 생선이 쓰이기도 하고, 지역에 따라 아귀나 열대 생선 같은 것도 사용되는 레시피가 단순한 요리다.

영국 음식이라고는 하지만 만드는 법이 워낙 단출하기에 유럽의 웬만한 지역에 비슷비슷한 조리법이 많다. 섬나라 영국에 이 요리가 들어온 것도 종교적 박해를 피해 영국에 건너온 유대인들의 음식문화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값싼 이 요리가 영국의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된 계기는 산업혁명과 노동자 계급의 등장이다. 면직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그 부산물인 면실유가 대량으로 공급되었고, 저인망어업의 발전으로 생선의 공급 또한 원활해졌다. 그리고 장시간 노동으로 집밥을 먹기 어려운 노동자 계급은 열량이 풍부한 피시앤드칩스 등 패스트푸드의 주력 소비자가 되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중에 실시된 배급제는 이 음식의 일상화를 더욱 강도 높게 정착시켰다.

세계적인 물가 폭등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영국의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피시앤드칩스가 사라질 위기에 봉착했다고 한다. 식재료, 기름, 에너지 모두 폭등하고 있는 탓이다.

비틀스의 ‘Penny Lane’에도 영국 거리 풍경의 소품으로 등장했던 이 음식은 러시아계 미국인 신예 여성 싱어송라이터 사샤 알렉스 슬론의 최근작에도 등장한다. 살고 싶지도, 웃고 싶지도, 사랑하고 싶지도 않은 우울한 절망의 일상에도 모습을 드러낸다. 이 노래의 화자는 구글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검색하면서 자기가 그저 다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무력한 희망을 반복한다. 이미 식어빠진, 배달된 지 오래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말이다. 그가 가고 싶은 파티는 이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