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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꼭대기’라는 뜻의 마터호른(Matterhorn). 몽블랑과 함께 알프스 산맥의 양대 봉우리다. 피라미드 모양이어서 뚜렷한 사면이 있지만 각도에 따라 일곱 가지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신비함을 간직한다. 4478m 정상의 모습은 그야말로 다가서기 힘든 엄격함이다.

몽블랑과 함께 알프스 산맥의 양대 봉우리다.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그 숨을 멈출 듯 아름다운 자태를 배경으로 영화가 제작되었고, 화가들도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마터호른과 관련된 가장 유명한 예술작품은 이 산의 이미지를 삽입한 스위스 관광 홍보 포스터들이다. 대표적인 작품은 에밀 카디노(Emil Cardinaux)의 아르 누보(Art Nouveau) 양식 포스터다. 뉴욕의 현대미술관(MOMA)에도 소장되어 있고, 경매에 등장할 때마다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토머스 하디(Thomas Hardy)를 비롯한 많은 시인도 이 산과 관련된 시를 지었다. 인기 만화 ‘신의 물방울’에선 “아무리 큰 기대를 가지고 마셔도 결코 실망하지 않는…”이라며 마터호른과 같은 와인을 찾는 대결의 묘사가 압권이다. 돌산의 날카롭게 경사진 윤곽을 와인의 미네랄로 비유하며 “순수함과 투명함을 동반한 매서움”이라는 표현을 기준으로 선택된 ‘슈발리에 몽라셰(Chevalier-Montrachet)’는 가히 마터호른의 고고함과 어울리는 백포도주의 최고봉이다.

마테호른을 등반하기 위해서 들려야 하는 체르마트(Zermatt)는 해발 1600m 고지에 위치한다./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마터호른을 등반하기 위해서 들려야 하는 체르마트(Zermatt)는 해발 1600m 고지에 위치한다. 19세기 중반까지 농업을 기반으로 하던 이 작은 마을은 1865년 영국의 산악인들에 의해 세계에 알려진 이후 붐비는 명소가 되었다. 연중무휴로 관광객이 찾는 곳이어서 자연스럽게 환경문제가 대두돼 일반 자동차의 진입은 통제하고 있다. 위반할 경우 벌금이 300스위스 프랑(약 40만원)이다. 그래서 마을을 다니는 수단은 도보나 자전거, 마차, 그리고 무음 전기차 정도다.

환경문제가 대두돼 일반 자동차의 진입은 통제하고 있다. 마을을 다니는 수단은 도보나 자전거, 마차, 그리고 무음 전기차 정도다./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산 중턱까지 올라가기 위한 교통수단도 케이블카나 산악열차뿐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1년 내내 청명한 상태의 아름다운 산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맑고 차가운 대기 속, 산 중턱 가파른 곳에 전설의 꽃 에델바이스가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