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3년 런던에서 증기기관차가 끄는 세계 최초의 지하철이 개통되었다. 이후 부다페스트, 파리, 베를린, 뉴욕 등에 연달아 건설되면서 지하철은 대도시의 보편화된 교통 시설로 자리를 잡았다. 객차의 쾌적성, 환승 시스템, 지하철 역사의 내부 환경과 더불어 고려할 부분은 입구의 디자인이다. 도시마다 수많은 지하철역이 있고, 역 하나마다 몇 개씩 설치된 것이 입구 구조물이다. 시민 수만 명이 매일 쳐다보고 통과하는 장소이기도 하여 도시 경관의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 요소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하철역 입구라면 역시 1900년 개통된 파리의 ‘메트로(Metro)’다. 20세기 초반 벨기에와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 퍼져 나갔던 ‘아르 누보(Art Nouveau)’양식으로 만들어졌다. 주물로 만들어진 형태는 빨간 꽃봉오리나 식물 줄기 모양 등 자연의 영감을 반영하는 화려한 곡선미를 강조한다.
처음 세워졌을 때 이 스타일은 ‘메트로 양식’이라고 불렸고, 아르 누보라는 양식의 이름이 일반화된 후에도 파리지엔들은 이 이름을 사랑하여 고집해왔다. 초기 파리 지하철의 입구 140개 중 다수가 손실되었으며, 현재 남아있는 86개는 모두 문화재로 지정되어있다.
살바도르 달리는 이 디자인을 보고 “지하의 공간으로 내려가는 성(聖)스러운 미래의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그 역동적이고 조화로운 패션이 지하철역의 영원한 클래식으로 여겨지며 런던, 시카고, 몬트리올, 리스본, 모스크바, 멕시코시티에 파리와 똑같은 복제품을 만들어 지하철역 입구에 표본으로 설치해 놓았다.
맥 라이언 주연의 ‘프렌치 키스’, ‘디바(Diva)’ 등 파리를 배경으로 한 많은 영화에 등장하는 지하철 입구는 이 로맨틱한 도시의 예술 아이콘이다. 100년도 더 전에 만들어진 하나의 미적 가치 기준이 오늘날까지 이렇게 우아한 자태로 도시를 빛내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고 경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