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 알록달록 무지개 색 글자들이 밝게 빛나며 말을 건다. “모든 게 다 잘될 겁니다.” 영국 작가 마틴 크리드(Martin Creed·1968~)가 2015년 뉴질랜드 제2의 도시 크라이스트처치 미술관 외벽에 내걸었다. 2011년, 대지진으로 도시 전체가 큰 피해를 입으면서 문을 닫았던 미술관이 근 5년 만에 재개관하면서 선보인 작품이다. 크리드는 같은 문구의 네온사인 작품을 1999년부터 세계 곳곳의 공공장소에 설치했다.
크리드는 성공한 작가로 살았지만 우울증을 떨치지는 못했다. 깊은 우울과 고독의 시기를 견디던 그에게 한 친구가 모든 게 다 잘될 거라고 지나가듯 건넨 말이 실제로 힘이 됐다. 친구는 그저 예의상 던진 빈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타인의 관심이 절실했던 작가에게는 아무런 근거 없이 다 잘될 거라는 빈말조차 위로가 됐다. 크리드는 이처럼 그가 살아오며 받아온 위로와 안식을 수많은 타인들에게 되돌려주기 위해 이 작품을 구상했다.
크리드의 작품은 뉴욕시 한복판에, 쇠락해 입구만 남기고 철거된 영국의 옛 고아원 건물에, 로스앤젤레스 중심가의 최고급 갤러리 외벽에 설치됐다. 장소를 달리할 때마다 모든 게 다 잘될 거라는 해맑은 글귀는 명랑한 인사가 되기도 하고 신랄한 조롱이 되기도 했다. 크라이스트처치 미술관에 작품이 불을 밝혔을 때도 도시 이곳저곳은 여전히 복구 공사 중이었다. 누가 봐도 잘될 리 없는 상황이었지만, 작가는 여전히 아주 작은 긍정의 효력을 믿는다. 말에는 힘이 없지만, 말을 건네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해에는 ‘모든 게 다 잘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