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국무회의에서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외국인 가사 도우미 도입 방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국인 인력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의 공방은 급박한 인력 부족 현실을 고려해보면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외국인이 아니면 병원에서 간병인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으며 조선소에서는 외국인이 없으면 수주 물량을 소화할 수 없어진 지 오래이다. 농촌에서도, 바다에서도 외국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제조업, 농·어업, 서비스업 등의 분야에서 외국인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이미 구체화되고 있다. 인구감소지역지원특별법에서는 인구 감소 지역에 체류하려는 외국인에 대해 출입국관리법상 특례를 허용하도록 정하고 있으며, 농어업고용인력지원특별법에서는 외국 인력 도입 결정 시 농·어업 분야에 대한 고려를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더 많은 외국인 노동력 확보는 지역과 업종의 사활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인이 되었다.

외국 인력 도입에 대한 논의는 우리가 문을 열기만 하면 인력은 충분히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인력 부족 현상은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고, 국가 간 경쟁은 가속화되고 있다. 2017년 2월 이코노미스트지에 게재된 한 장의 지도는 인식과 현실의 차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지도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한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은 2030년에 2016년 수준의 경제활동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인구의 30% 이상을 이민으로 충당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학구열이 높고 인적 자원이 우수한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놀랍게도 중국 역시 2030년이 되면 20%이상의 외국 인력 도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제조업 노동자 평균연령이 40세를 넘어서면서 2022년 중국 제조 업체의 80%가 노동력 부족에 직면하고 있으며, 2025년이 되면 약 300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비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23년 1월 중국 정부는 노동력 부족 100개 업종 목록을 발표하고 대책 수립에 나섰다.

외국 인력 공급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태국의 경우 급속한 고령화를 겪고 있으며, 우리 기업의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베트남 역시 2030년이 되면 인력 수급이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동남아 전체에서 향후 인력 수급에 문제가 없을 지역은 필리핀, 인도네시아, 미얀마, 캄보디아 정도에 불과하다. 동아시아 전체로 놓고 보면 2030년까지 약 2억7500만명이 외부로부터 유입되어야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이민과 해외 인력 도입 확대에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유럽 국가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민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던 독일이 최근 대폭적인 이민 제도 개편에 나서는 것이 대표적이다. 독일은 2035년까지 700만 명의 노동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될 뿐만 아니라 당장 제조업의 34%, 서비스업의 42%가 인력 부족으로 인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정 자격을 충족할 경우 취업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입국하여 1년 동안 주당 20시간 노동을 하면서 구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독일 이주 후 3~5년이 경과한 외국인 고용률이 97% 수준임을 감안할 때 이렇게 들어온 사람들은 손쉽게 일자리를 찾고 정착할 것이다.

독일 정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국적 취득 자체를 쉽게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8년 이상이 경과해야 국적 취득 신청이 가능했던 것을 5년으로 단축하고, 독일어 구사 능력 등을 충족할 경우 최단 3년 만에 국적 취득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동안 비 EU 국가 국민에 대해서는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았던 기존 정책을 폐기하여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 약 1000만명의 외국인들에게 독일 국적 취득 기회를 부여하였고, 독일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가 있을 경우 자동으로 독일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 이민 국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외국 인력 도입 확대와 내국인 노동 조건 유지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인력난을 겪는 해양 플랜트 사업장은 적정 임금을 지급받는 현지인 1명당 외국인 고용을 최대 3.5명씩 허용하여 인력 확보와 내국인 임금 수준 유지를 동시에 달성하려 하고 있다. 해외 인력 도입 시 월 300~400싱가포르 달러를 부담금으로 부담하도록 하고, 고급 인력의 경우 기본 인력에 비해 낮은 부담금을 납부하도록 함으로써 숙련 인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 등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분류되는 지역 인력에 대해서는 고용 기간 제한 없이 모든 공종(작업의 종류)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하지만 중국, 미얀마, 필리핀 등의 경우 고용 기간과 투입 공종에 제한을 둠으로써 특정 국가 출신의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우리는 부존 자원이 없지만 양질의 풍부한 인력을 통해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룩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원동력은 이제 고갈되고 있다. 외국 인력의 도입 확대 및 이민 국가로의 전환은 이제 국가의 생존과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라 인력 확보를 위한 국가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수밖에 없다. 피부색과 종교, 출신 지역과 언어에 따라 차별하지 않고,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하고 합리적인 대가를 지급하는 국가가 이런 경쟁에서 승리할 것임은 분명하다. 단기적으로는 당장의 인력 부족 대응을 위한 쿼터 확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미래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필요한 우수 인력 확보와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쏠림 방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제도의 수립과 시행은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는 급박한 과제가 되고 있다.